그저께 저녁 나는 부산신항만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운행할 예정으로 출근했다. 예정대로라면 30량 전후의 수출용 컨테이너화물을 거대한 부두로 몰고가서 한 켠에 있는 철도전용선(철송장)까지 밀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기관차로 철송장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수입컨테이너를 수십량 물고 전국 각 지역으로 운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저께 근무를 할 수 없었다. 화물연대파업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던 물류의 한 축이 빠지자 철도운행까지 영향을 끼쳐 일부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 12월말로 퇴직예정인 철도기관사다. 12월 근무일정표를 보니 12일만 근무하게끔 되어있다. 그야말로 말년이니 한 번의 근무마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데, 12월2일부터 철도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파업이 얼마동안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나는 과연 퇴직 전 마지막 열차에 오를 수 있을까? 파업만 들어가면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윤석열정권이기에 어쩌면 그 열차는 벌써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마지막 열차가 어디 나 뿐일까? 윤석열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해괴한 괴물을 되살
지난달 25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경기도의회 여·야·정 협의체 공동협약서’ 공동 서명식이 열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이 참석했다. 여야정협의체는 도와 의회 간 민생현안 협의를 위한 소통·협치 기구로써 긴급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집행부와 의회, 그리고 여야가 기동성 있게 협의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다. 도정 관련 주요 정책, 주요 조례안·예산안, 도의회 정책·전략사업 등을 합의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도정의 쟁점사항을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논의를 거쳐 숙성시키고 여야의 주요정책은 물론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정책들도 발굴해 도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다. 협의체는 경제부지사와 여야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경기도 6명(도지사, 경제부지사, 정책수석, 정무수석, 기획조정실장, 소통협치국장)과 경기도의회 13명(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대표의원, 수석부대표, 정책위원장,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정무수석·기획수석, 국민의힘 법제수석·기획수석)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다. 경기도의회의 출발은 험난했다. 78대 78 여야 동수, 처음 겪는 상황에서 원 구성은
며칠 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다세대주택에서 생활고에 찌든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입증한다. ‘송파 세 모녀 사건’에 이어 ‘수원 세 모녀 사망’으로 온 국민이 애통해한 기억이 뚜렷하다. 정치권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구축해 비극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음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스템 구축에 정성을 다하기는커녕 잠시 성난 민심 달래기에만 급급하는 지도자들의 얄팍한 대응에 여론이 곱지 않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지난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패턴이다. 집 앞에는 5개월 밀린 전기요금 등 공과금 미납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녀가 실제 살고 있던 곳은 서대문구였지만 주소는 광진구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국의 대응이 항상 거북이걸음이라는 점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수원 세 모녀 비극’이 발생한 지 3개월 후에나 가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그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40년 가까이 뉴스 읽고 보는 일을 업으로 살아왔음에도 대장동 의혹은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이 보도한 이후 15개월이 흘렀다. 성남시장 재직때 이재명 후보의 연관성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윤 대통령 부친 연희동 단독주택을 대장동 드라마의 감독격인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여기에 곽상도·박영수·권순일·김수남·최재경 등 ‘50억 클럽’의 명단이 폭로 되어 사건은 더 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지 1년이 넘었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리된 것이 없다. 성역 없는 검찰과 책임 있는 언론이 있었다면 이럴까 반문해본다. 검찰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꿰맞추는 모양새다. 그래서 없는 것을 짜내고, 있는 것도 덮어둔다는 비판을 받는다. 탐사보도가 거의 불가능한 언론현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팩트 조각들을 닭에게 모이 주듯 적절하게 활용한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가물가물 한 일이다. 나는 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처럼 글쟁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서울의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때는 젊기도 했거니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신념이 있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자발적인 후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낮은 임금과 처우는 당연한 노동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클라이언트의 민원은 천천히 지쳐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활동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합리한 현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는 점일 것이다. 나 역시 이를 충분 이해하고 있었기에 제도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못 다한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선술했듯이,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재정 또한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나 역시 모아둔 돈이 없었다. 그렇다! 난 등록금이 없었다. 공부는 하고 싶지만 등록금이 없는 현실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고 방 안에 들어 앉아 고민만 깊어가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오늘날 전쟁이 무익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그 해결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여러 가지 행위를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연구해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슬픈 생각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지상에서 악의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군대의 존재가 그 악을 얼마나 조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군대제도라는 것은 원래부터 필요 없는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어리석음 탓이며, 또 그들이 몇 사람밖에 되지 않는 교활하고 부패타락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착취하는 대로 내버려 두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움과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 (패트릭스 라로크) 이 지구상의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참으로 어리석고 생각이 얕고 둔감하여, 언론은 매일같이 가상적국에 대항해 군사동맹을 맺으려는 각국 수뇌들의 외교활동과 전쟁준비 기사로 장식되어 있고, 한편으로 국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자기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듯, 마치…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취임 일성이었던 경기도와 도의회의 협치 기구 여야정협의체(협의체)가 출범했다. 중앙정치의 신물 나는 정쟁에 온 국민이 넌더리를 내는 국면에서 경기도 협의체는 상당한 관심을 끈다. 정치 공방으로 지고 새는 중앙정치의 예속 사슬을 끊고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넉넉히 충족하는 진정한 협치 모델을 만들어 경기도만의 선진 자치를 일궈내길 기대한다. 경기도 정치가 이 나라 정치의 진화를 선도할 기회다. 닻을 내린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 방향은 상당히 정밀하다. 도지사, 경제부지사 등 집행부 측 6명과 의장, 양당 대표 등 13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상·하반기 정례회와 분기별 임시회를 열기로 했고, 정책현안이 발생할 경우 합의에 따라 원 포인트 임시회를 열 수 있도록 보완했다. 실무협의기구인 ‘안건조정회의’가 합의 결과의 준수와 이행을 점검한다. 지금 경기도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각각 78명으로 여야가 정확히 동수다. 운동장 자체가 전혀 기울어지지 않은 절묘한 정치환경은 운영 주체들의 역량을 도민들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음을 뜻한다. 의원 머릿수에만 의존하는 ‘힘자랑’ 추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는 구성원들의 정치력이 적
벨에포크(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대’라는 프랑스 말이다. 문학, 음악, 미술 등이 활짝 핀 19세기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문화융성기를 주도한 건 단연 문학이었다. 쥘 베른,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보들레르, 모파쌍, 조르주 상드, 발자크, 플로베르, 스탕달. 이 뛰어난 작가들은 화가들, 작곡가들과 함께 모든 예술을 인류사상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중 스탕달(Stendhal)은 프랑스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쓴 ‘적과 흑’은 바깔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자주 등장한다. 이 소설은 사회의 모든 계층을 넘나드는 활기찬 개인주의자 줄리앙 쏘렐(Julien Sorel)을 통해 역사적 과도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전의 스탕달은 무명에 본명은 앙리 베일(Henri Beyle)이었다. 그렇담 스탕달이란 이름은 어디서 연유한 걸까. 스탕달은 베일로 살던 1807년과 1808년 프랑스 동부 라인강 하구의 빌헬민 그리에쉐임에 살았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독일의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예술비평가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고향인 삭사날(Saxe-Anhalt: 독일어 발음은 작센 안할트)이 있었다. 빙켈만을 존경했던 베일은 이 마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