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교권’을 찾아보면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이 나온다. ‘보호하다’를 검색하니 첫 번째 뜻으로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보다’가 나온다. 교권 보호를 국어사전 뜻풀이대로 해석하면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을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 된다. 권위나 권력을 잘 보살펴 돌본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교사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권위를 보살펴야 하는 게 말이 되는 시대가 됐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교사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면 공감받기 어렵다. 힘들겠구나-라는 반응보다는 ‘라떼는 말이야’가 먼저 튀어나온다. 20년은 족히 넘었을 옛 시절의 이야기들. 그때는 학생들이 교무실 청소를 도맡아 하고, 체벌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이었다. 나 또한 교사들에게 종종 맞았고, 일정한 주기로 교무실과 화장실 청소를 했고, 학생은 중앙현관을 사용하지 못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그런 시절을 보내고 교사가 되었더니 이제 학생이 이틀에 한 번꼴로 교사에게 욕이나 폭언을 하고, 가끔은 때리는 게 당연한 일이 된 세상이 펼쳐져 있다. 교사가 폭언 및 폭행을 당해서 신고된 사안만 5년…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윤석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대통령실 청사에서 행해지는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이다. 대통령이 기자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간단한 형식이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발언내용이나 생각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극명한 매체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뉴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언론의 축소나 과장보도가 없는 팩트를 접할 수 있어 반가운 일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의 한 참모가 “정권교체 후 거의 유일하게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사례”라고 말할 정도다. 대통령도 본인의 생각을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집권 초기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언론접근 방식이라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관건은 지지율이 내려가고 여론의 비판을 받는 때가 와도 초심을 잃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퇴임 때까지 지금과 같은 방식의 언론접촉방식을 지속한다면, 어떤 대통령도 실현하지 못한 ‘소통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도 홍보수석, 대변인 등 고위관계자가 전하는 일방적인 말이…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후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재벌은 재벌대로 참여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위축된 세계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정경제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비롯한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신음하고 있고, 선진국의 긴축 재정정책은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이미 디폴트 상태에 있고 몇몇 국가는 디폴트 직전이다. 과연 한국 경제는 이로부터 자유로운가? IPEF 참여는 작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상황을 악화시킬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또 다른 결과는 ‘지경학적 분열’ 현상이다. 세계는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는 진영과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유지 또는 강화하는 진영으로 양분화되고 있다. 설상가상 IPEF의 출범은 지경학적 분열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IPEF가 러시아 진영에 속해 있는 중국의 고립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난 30년간 ‘통합’의 힘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제 규모를 3배로 늘렸으며, 십 수억 명의 극빈층을 구제하
공동체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사회적 자본은 신의가 첫째로 꼽힐 터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 신의이다. 우리 사회는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신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는 곧잘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키운다. 예부터 왕과 신하, 백성 상호 간, 스승과 제자, 부부 사이, 부자 관계, 친구 사이에서 가장 중시된 덕목은 가장 중요한 도덕적 기준이자 판단 근거이었다. 춘추전국시대 秦 나라의 실력자 公孫 앙(鞅)은 위 나라에서 사이좋게 지냈던 公子 앙(卬)을 전쟁터에서 상대국 장수로 맞는다. 하지만 공자 앙에게 과거 인연을 미끼로 서로 싸우지 말고 동시에 병력을 철수시키자며 거짓 화친을 제의한다. 그는 이에 속은 공자 앙을 불러내 붙잡아 죽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신의는 무너진다. 새로 등극한 왕이 ‘믿음이 안가는 인물’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위기를 직감한 그는 다시 위 나라로 피신했으나 하급 현령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대는 친구를 배신한 사람이니 내가 당신을 챙겨주어야 할 도의란 찾을 수 없다”고 내쫓은 것이다. 속임수로 권력에 오른 자의 배신행위가 낳은 인과응보이다. 권력자들은 주
가족 이기주의는 개인 이기주의보다 훨씬 더 맹렬하다. 자기 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시키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곤경까지 이용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 인색, 뇌물, 노동자의 탄압, 부정한 상술,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있다. 가족이니 조국이니 하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제약할 수는 없고, 또 제약해서도 안 된다. 인간은 태어난 날부터 몇몇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데, 그 사람들의 사랑이 그의 마음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가족애와 조국애가 배타적인 것이 되어 그것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요구를 물리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의 양육자가 아니라 그 무덤이 되고 만다. (채닝) 가족에 대한 사랑은 결국 자기애의 감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정하고 나쁜 행위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결코 그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예수) 가족에 대한 사랑 속에는 자아에 대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의미의 선악이 들어
애견 간식이 배달됐다. 가격은 종전과 같은데 크기가 줄었다. 점심시간, 1만 원 미만으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쉽지 않다. 휘발유 1리터 가격이 21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고속도로엔 시속 80~90km의 ‘정속’ 주행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高)물가 시대, 일상의 한 모퉁이다. 한편, 주가 급락에 따라 증시엔 신용반대매매 리스크가 커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엔 이자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빚투’에 나섰던 젊은이들의 곡소리가 심상치 않다. 전기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에선 ‘최저임금 동결’을 주창한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이기주의적 발로의 주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28일,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가 연쇄 상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십분 이해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물가상승에 걸맞은 임금인상이 확보돼야 경제도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는 ‘최저임금 인상’
1인 가구가 늘고 이웃 간의 단절현상이 심화되면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20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638만 가구였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313만 가구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이제 집안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애완’이 아니라 ‘반려’로써 인간의 가족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 가족을 잃은 것처럼 깊은 슬픔에 잠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취급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는 동물의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폐기물로 취급하는 법 때문에 반려동물의 사체를 자기 땅에 묻는 것도 불법이다. 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는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의해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벌을 받는다. 함부로 버리거나 화장하는 것도 안된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불법 매립하는 행위와 같다. 따라서 의료폐기물 처리 방식이나 규격 쓰레기봉투를 통한 배출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물론 동물장묘 시설을 통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다. 정치신인이 정권을 잡은 현실 때문에 어느 정도 혼선과 부실이 불가피하리라는 예측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적 환경이 험궂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여야의 강경 대치 국면을 무한정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정운영에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모습은 분명히 국민의 걱정거리다. 행정부가 원활한 국정운영 시스템 안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반발하여 임기종료를 며칠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경찰국 신설안을 그대로 수용하자 이에 반발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흘 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놓고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하고, 대통령실이 즉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의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는 등 압박이 가해진 끝에 일어난 불협화음이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올 9월부터 시행돼 경찰의 기능과 역할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경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마련돼야 할 계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예속된 경찰상을 혁신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
장마철에 열대야가 겹쳤다. 비 소식이 그치지 않고, 연일 6월 최저 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장마철에는 식중독, 신경통, 호흡기 질환 등이 늘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도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아진다. 꿉꿉한 공기와 제대로 마르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 조금만 움직여도 끈적끈적해지는 습도에 불쾌지수도 올라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되고, 일조량이 부족해 불면증과 우울증도 짙어진다.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고 다닐 만한 시기다. 그러나 장마철에도 여행은 계속된다. 삶의 모퉁이에서 연속된 불행이 잠시 멈추고 숨 고를 시간을 주지 않듯 날씨도 사람들의 사정을 봐주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맑은 날을 안겨주진 않지만, 삶처럼 여행도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 비가 내리는 날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실내관광지다.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식물원, 온실, 실내 물놀이장, 찜질방, 실내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카페, 원데이 클래스 체험, 영화나 공연까지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은 얼마든지 있다.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실내관광지에서 실내관광지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실내형 여행’은 쾌적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송보송하고 청량하게…
“‘기자’ 대신 ‘기레기’를 요구하는 자본”. 지난 6월 14일 KBS 아침 뉴스 한 꼭지의 제목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KBS의 우리은행의 라임주가조작 관련 보도와 호반건설의 ‘2세 일감몰아주기’ 관련 보도에 대해 두 기업에서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고 개인재산 채권가압류를 신청했다. 겁주기를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나온다 해도 담당 기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벌기업의 언론 장악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30년 전에 ‘김중배 선언’이 있었다. 1991년 동아일보는 두산에 의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대광고주 두산은 동아일보 사주를 통해 집요하게 보도 통제를 시도했고 이에 저항하던 김중배 편집국장은 결국 사퇴한다. 그 퇴임사가 바로 ‘김중배선언(1996.9.6.)’이다. “1990년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권력보다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도전의 세력에 맞서게 되었다는 게 신문기자 김중배의 진단입니다. 정치 권력만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인 1991년 가을 계간 『사상』에 “‘무관의 제왕’에서 ‘언론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