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아홉 시. 나는 늘 이맘때면 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지친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기다리는 사람 하나 없다. 빈집이다. 아이들과 남편은 내가 들어온 뒤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귀가를 한다. 나는 불 꺼진 빈집에 홀로 들어서기가 때로는 무섭다. 지친 몸으로 겨우 키보드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늘따라 나를 반기며 쫓아 나올 강아지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나는 얼른 거실의 불을 켠다. 푸드덕푸드덕 몸부림을 치던 형광등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 환하게 밝아온다. 거실 안에 누군가 서 있다. 주방 창문 가까이 돌아선 자세로…. 나는 공포에 몸이 굳어버린다. 뚫어지게 그를 바라본다. 그는 내가 들어왔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오싹하니 곤두선다. 나는 기다린다. 그가 돌아서기를. 입조차 떼지 못하고…. 그는 돌아선 자세에서 집안을 한 바퀴 쭉 둘러보는 모양이다. 내 눈엔 아침에 미처 정리정돈을 하지 못하고 빠져나간 집안의 어지러운 모습이 어수선하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나는 못 박힌 듯 출입문 앞에 그대로 서 있다. 이윽고 그 검은…
돈은 그 사회의 가치 척도라고 할 정도로 현대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고 에너지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어디에 사용할 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옛 속담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라는 말이 있다. 돈이 귀중해도 사람보다 더 귀중할 수 없다는 뜻으로 돈밖에 모르는 사람을 비난하는 말이다. 어떤 이들은 ‘돈은 사회생활의 전부다’ 또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돈이 신(神)의 자리를 대신할 정도로 무겁고 중요하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버리는 사람들이 믿는 가상의 ‘지름신’이 바로 그 신(神)이다. 돈을 신으로 표현할 정도로 돈의 마력은 엄청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빌리기도 하며 살아간다. 돈이 필요할 때 누구나 선뜻 시원스럽게 빌려주지 않는다. 돈을 빌려 줘도 좋은 사람인지? 돈을 빌려줘서는 안 되는 사람인지?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에 몇 가지 인상학적 특징을 얼굴에서 살펴보면 이런 고민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돈을
허공 /이덕규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 이덕규 시집 ‘놈이었습니다’ 그렇다, 나무가 기댈 곳은 허공밖에 없다. 기댈 곳이 허공뿐이라서, 글자 그대로 텅 비어 있어서, 정말 아무 것도 없어서, 마침내 나무는 위로 자랄 수 있다. 그러니까 허공은 나무의 유일한 기댈 곳이다. 허공에 기대지 않고서는 나무는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다. 사람에게도 허공 같은 존재들이 있다. 어느 한쪽으로 쿵, 쓰러지기 전에 기억해내야 할 허공 같은 사람들이 있다. 허공처럼 늘 있으나 없는 듯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 허공을 숨 쉬는 것처럼 늘 함께 하여서 바람 불고 눈비가 오는 날에나 그 든든한 어깨를 알게 하는 사람들. 이제는 내가 기댈 곳이 되어 주어야 하는 사람들./김명철 시인…
우선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경제자유구역(FEZ)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S등급을 받은 것을 축하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3년 인천을 시작으로 광양만권(2004), 부산ㆍ진해(2003), 황해(2008), 대구ㆍ경북(2008), 충북(2013), 동해안권(2013) 등 총 7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조성·운영되고 있다. 2008년 개청됐던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은 2018년 지정해제 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전국의 7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된 S등급을 받음으로써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FEZ)의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2개 부문(전략평가, 성과평가) 총 14개 지표에 대해 서류심사, 현장점검, 종합평가 등을 통해 실시한 평가 결과 인천경제청은 전 부문에서 우수했다. 전략평가와 성과평가 2개 부문에서 모두 S등급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우수성과로 인정받은 것은 ▲중점 유치업종 중심의 투자유치 전략과 실적 ▲바이오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노력 ▲복합리조트와 복합쇼핑몰 분야의 차별화·집적화 등이었다. 특히 인천 지역경제에 영향력이 큰 국내기업 투자유치와 신규고용 일자리, 투자유치 파급효과, 외국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너무 나서지 말라는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요즘 구설수에 한창 오르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 적합한 말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30일 ‘대외주의’라고 적힌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를 민주당 전체 의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보내면서도 무언가 께름칙했는지 ‘주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그 내용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얍삽하다. 아차 싶었나보다. 다음날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불은 이미 바람을 타고 이 곳 저 곳으로 번졌다. 여권의 ‘친일 프레임’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졌던 자유한국당과 다른 야당들은 일제히 비난의 포화를 쏘아댔다.…
고등학교 때 일이다. 한문 선생님이 어찌나 고리타분했던지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던 학생은 거의 없었다. 아니 딱 한 명 있었다. 바로 나다. 여기까지 읽으면 내가 뭐 대단한 모범생처럼 들린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졸지 않았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선생님은 유머도 눈곱만큼도 없었다.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라도 좀 해주셨으면 모두 다 반항하듯 잠을 자지는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무거운 눈꺼풀을 지탱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참았던 이유는 언제까지 선생님이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는지 끝까지 볼 참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인데 저렇게 기계처럼 한결같을까 하는 마음과 ‘혹시나’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선생님, 간혹 하는 말도 가관이었다. 여자애들은 가르쳐봤자 소용없다거나 졸업 후 찾아오는 법은 없다거나 여학교는 기부금이 없어 가난하다거나 심지어 여자는 예쁜 게 가장 큰 경쟁력이라 했다. 소심한 나는 속으로만 반항했다. ‘아니라구요!’ 대학을 다니면서도 직장을 다닐 때도 나는 선생님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존경하는 선생님께 매년 찾아가 인사드린다든가, 의기양양하게 학교에 기부금을 내기도 했고, 장학금 모금에 동참도 했다. 훌륭한 일은 아니어도 선배로, 제자로
민선 7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연천군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으로 2018년부터 월 70~80명씩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뾰족한 대책도 없고 누구 하나 관심 하나 갖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마땅히 그 책임은 임명권자인 군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먼저 지난해 말 김광철 군수의 조직개편안이 의회에서 부결되자 문책성 인사로 당시 안전행정과장이었던 Y과장을 면장으로 발령을 냈는데 6개월이 지난 7월 인사에서 4급 승진시킴으로써 내·외부에서 원칙을 무시한 잘못된 인사로 원성을 사고 있다. 나머지 5급 승진의 경우도 학연·지연, 자기 사람 심기, 업무성과보다는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승진시키는 등 잘못된 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추측이 난무하는 등 조직의 원활한 운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3월 조직개편 인사에서도 주요부서 직원들을 배치하면서 실무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들을 배치해 전체적인 군정 업무 수행에 많은 차질을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선이어서 김 군수가 외부 및 내부조직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군수…
성경말씀 로마서 8장 26절-28절 말씀을 주제로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나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으나, 나를 외면하지 않고 위로하며, 함께 눈물 흘리며, 도움을 주고, 힘을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럴때에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 은혜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먼저 고난 받는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스마트폰 속에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한눈에 바라보며 나아가는 현 시대의 흐름을 느낄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오히려 하루 하루 시장에서의 요란한 삶의 모습입니다. 시장에 오가는 사람들의 씩씩한 모습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됩니다. 세상에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장애인의 수는 251만 명, 알코올 중독자의 수는 140만 명, 수감된 범죄자의 수는 5만 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소리 없이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로의 소통이…
한국교총(교총)의 지난해 6월 초·중·고교 교사 1천8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 침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96%인 ‘대부분의 교원이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었고, 또 실제로 ‘학생, 학부모에게 전화·문자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총이 지난 5월 13일 교원 5천493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응답(이중 선택)에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48.8%)’, ‘교육계를 매도, 불신하는 여론과 시선(36.4%)’,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32.0%)’ 등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 외에 걸려오는 휴대전화로 몸살을 앓는 교사에 대한 정책으로 일부 교육청에서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 또는 투넘버 번호 서비스 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은 교사의 개인 휴대전
서장대에서 /김왕노 저 별이 보이니 구름 같은 내 청춘이 뭉치고 짜부라지고 각질화되어 이룬 별 저 별이 떠나간 내 슬픈 늑골도 보이니 우리가 꼬리치고 꼬리쳐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먼별이 된 우리의 푸른 시절도 보이니 강물에 담그고 물장구쳤던 우리의 하얀 복숭아뼈가 무덤을 이룬 저 별 과연 보이기는 하고 느끼기는 하니 소용돌이치는 블랙홀 근처에 자리 잡아 끝없이 반짝이는 저 별 하나 보이기는 하니 시인의 시집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이 시집을 2년 전 받고서 오늘 촘촘하게 읽어봤다. 시선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의 서문이다. “세상이 참 나로 인해 많이 더럽혀졌다. 그 더러움을 닦을 자는 결자해지라 나밖에 없다. 내가 닦을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나의 시다” 시인의 아름다운 성찰의 깊이와 달관한 사유를 발견하게 된다. 시집에서는 바다의 광활함과 파도의 격렬함에 대한 동경이 보이는 시 속에서, 깊은 바다 속의 생명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어머니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애잔하다. 이러한 그리움이 여성에 대해 이야기 시로 이어진다. 삶에서 바르게 살려할 뿐이지 완벽한 인간은 없다. 모든 사람에게 밝은 만큼, 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