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박영식 다리 힘 남았을 때 더 많이 걷고 싶다 가능한 씩씩하게 뱃살도 줄이면서 다시는 못 일어날 때 미련 후회 없게끔 어설픈 직립으로 첫 발을 뗐던 그날 어머닌 손뼉 치고 기쁨도 크셨겠지 가다가 넘어졌을 땐 일어나라 하셨을 요즘에 차 없다고 빈정대는 이 있지만 부르면 냅다 오는 친절한 콜 있겠다 걱정도 팔자라더니 공염불을 하시나 걸으면 작은 것도 잘 보여 참 정겹다 어깨 툭 치는 순간 돌아보면 어 친구야 반갑다 낮술도 한잔 못할 것도 없잖니 ■ 박영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문학》 2회 추천 완료, 김상옥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외 다수 수상. 저서로는 『백자를 곁에 두고』, 『굽다리접시』, 『자전거를 타고서』, 『가난 속의 맑은 서정』, 외 다수가 있고,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울산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서재 「푸른문학공간」
2008년에 숭례문 방화사건으로 5시간 만에 석축을 제외한 대부분이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지점을 못 찾고 초기진압에 실패했다. 한옥은 목재를 끼워 맞춰 짓는 방식이라 초동에 해체했다면 원상복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은 업무 분장만 따지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 당시 문화재청장은 “파괴돼도 좋으니 진화하라”고 했다지만, 실측도면이 소방당국에 전해진 것은 화재발생 2시간 후였다. 모든 재난은 초동대처가 중요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를 위해서는 현장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위기관리능력을 시험하더니, 일본을 곤궁에 빠뜨리고, 이제 우리나라를 국제뉴스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란과 이탈리아에서도 확산을 거듭하고 있어 사태의 끝이 안 보인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전파력이나 치사율을 알 수 없어 사람들의 공포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각국의 대처방식을 보면 그 정부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한중일 세 나라 모두 정치논리로 초동대처에 실패 한중일 삼국은 모두 초동대처에 실패했다. 중국은 국가적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사태의 축소에 급급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 중에 흔히 쓰는 말이 ‘죽겠다’는 소리다. 아프면 아파서 죽겠다, 좋으면 좋아서 죽겠다. 웃기면 웃겨서 죽겠다, 심심하면 심심해서 죽겠다. 배부르면 배 터져서 죽겠다, 성질나면 화가 나서 죽겠다. 일이 뜻대로 안 되면 ‘그냥 콱 죽어버리겠다.’ 이래도 죽겠다, 저래도 죽겠다고 한다. 그러다가 정말 스스로 죽는 사람도 있다. 세상천지 만물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존재는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지인 중에 한 무명작가가 있었다. 그는 평생 글을 써서 발표했지만 이렇다 할 작품 하나 남기지 못했다. 남들 다 타는 문학상 하나도 받지 못한 지질히도 문(文)복이 없을뿐더러 가난하기도 이를 데 없었다. 그는 결국 죽기로 작정을 했다. 한데, 막상 죽으려니 죽을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어느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살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여. 그래서 그만 죽기로 작정을 했네.” 전화를 받은 시인이 흔쾌히 응답했다. “그 참 좋은 생각이네. 솔직히 자네 같은 어벙이 무명작가는 죽는 게 나아. 어디서 어떻게 죽기로 했나?” “그냥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기로 했네.” “이 겨울에? 얼음이 얼어 제대
‘가족’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기초 집단이다. 고대로부터 이어지면서 형태가 시대에 따라 변하긴 했지만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다는 정의는 변함없다. 하지만 언제 부턴가 가족의 의미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1인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의 비율은 2000년 15.5%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29.2%로, 20년도 채 되지 않아 13.7%p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9년 1인가구의 수는 600만 명에 육박하며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전체 가구 중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성 1인가구는 더 늘었다. 291만 4천가구로, 전체 1인가구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보다는 무려 128.7%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1인 가구가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4%가 이웃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살고, 가족이 한 명도 없는 노인이 7%, 있어도 한 달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24%, 이웃과도 연락하지 않는 노인이 40%나 됐다. 대부분 고독사가 상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 이상 지나서 발견되는 죽음이
역사라는 물결 속에서 어떤 사건의 시작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한 시작점에서 많은 사건들이 파생되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역사를 가로지르는 여러 사건들의 시작점으로는 3·1운동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작점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탄생하고, 동시에 일제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의 서막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끝내 독립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3·1운동 101주년을 맞았다. 3·1운동은 고종황제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일제의 무단통치에 대한 분노 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여러 달에 걸쳐 일어났다. 민족대표자들은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고, 학생들 역시 따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으며 여러 장소에서 그들만의 시위를 이어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원, 장터 할 것 없이 모여 만세운동을 벌였는데 그 염원과 기세가 얼마나 강했는지 그 당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선교사의 아내 윌콕스 노블은 이렇게 기록했다. “한국 전역에서 만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만세 시위가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전차를 세우고 모든 승객들에게 만세를 외치게 했고, 차장과 운전사도 손을 들고 만세를 외쳐야 했다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부터 현재까지 유대인 수상자는 175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수상자의 23%를 차지한다. 현재 유대인은 약 1천400만 명인데, 미국에 590만 명, 이스라엘에 53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에서는 그 비율이 100배 이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수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녔다. 생소한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했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배양됐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한편 노벨상 과학 분야의 40% 가량을 미국인이 수상했는데, 그중 35%가 이민자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웠지만 이는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 아직도 미국에는 1천 1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 수도 오바마 정부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래 수십 년 간 미국의 이민정책은 큰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다양성의 문화가 미국의 힘이며 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 휘장에 새겨진 표어는 라틴어로…
공존의 힘 /손증호 사람들 티격태격 편 나눠 다퉈도 우리네 사는 행성 어둡지만 않은 까닭 티베트 수행자들이 하늘지붕 닦은 덕분 대지와 하나 되어 온몸으로 읽은 경전 그 맑은 기운이 탁한 숨길 겹게 틔워 세상은 삐거덕대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지. ■ 손증호 1956년 경북 청송 출생,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부산시조작품상, 전영택 문학상 등 수상.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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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청명고등학교 수원시 영통동에 자리한 청명고등학교는 1998년 1월 15일 개교해 올해까지 제20회 졸업식을 거치면서 1만1천33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13학급 1천37명(1학년 339명, 2학년 334명, 3학년 364명)이 95명의 교직원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청명고는 ‘지성’과 ‘협동’이라는 교훈 아래 학생에게는 밝은 꿈을, 교원에게는 보람과 긍지를, 학부모에게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교화는 희망과 기대, 깊은 정, 달성을 갖고 있는 개나리를 선정했고, 굳은 절개와 지조를 뜻하는 소나무를 교목으로 삼아 학생들의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다. 청명고는 학생중심교육, 현장중심교육이라는 경기교육방향에 발맞춰 꿈과 땀, 열정으로 이상을 실현하는 창의적인 청명인을 육성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SMART(영리한)의 앞글자를 따와 각각의 알파벳마다 의미를 새겨 다양한 면모를 지닌 청명인을 드러내고 있다. Special(특별한)에서 따온 S는 학습인을 가리치며 창의적 사고로 평생학습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청명인을 지향하고 있다. 두번째 알파벳 M(Multi.다채로운)은 세계시민의 자질과 문화핵심 역량을 갖춘…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아동 시설들이 임시 폐쇄됐다. 이에 따라 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낮은 임금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힘을 잃지 말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임금과 처우 개선도 필요하므로 정부와 정치권이 다함께 나서주길 기대한다. 4·15 총선을 앞두고 어느 예비후보가 제시한 공약에는 사회복지사들의 오랜 소망이 담겨 있어 관심을 끈다. ▲전국적인 단일임금체계 구축 ▲사회복지사 일자리 확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3교대 근무제 정상화 ▲사회복지사 안전사고 대비 보험가입 지원 및 민·형사상 법률지원 등이다. 아울러 사회복지사의 보수와 복지포인트 수준을 공무원에 준하게 상향 조정하고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복지시설 인력지원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도 사회복지계 20개 기관·단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