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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부끄러운 언어들의 가벼움

 

 

 

최근 몇몇 정치인의 가벼운 언어들이 그들의 사회적 무게는 물론 우리의 영혼까지 가볍게 하고 있다. 지난주 부천의 방송사 선거토론회에서 이상희 후보와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사고 관련 논쟁은 양 후보와 정당, 유권자 모두에게 무익한 일이었다. 특히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씨앗을 만들고 대부분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만 더 키운 결과만 낳아 더욱 안타깝다.

관악구의 김대호 후보가 30~40대 국민의 정서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전체가 그런 것처럼 일반화해 발언했다. 김후보가 이 세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 세대에 대한 편향적 의식은 공정해야 할 공직자가 절대 품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어도 우선 그들의 사고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통찰하고 어떻게 포용해야 할지 고민했어야 했다.

코로나 19 확산의 원인을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 돌리고 대한감염학회가 중국인 입국금지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박능후 장관은 철저한 아마추어 공직자다. 세계적 펜데믹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의 최고위 보건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거짓을 말하면서 자국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가 있는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7조제1항과, “모든 공무원은 (중략)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라고 말한 천안의 박완주 후보는 국격을 한 계단 떨어뜨렸으며 반려견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아픔을 주었다. 적어도 OECD 국가 중에서 개고기를 먹는 나라는 없다. 문화?산업 선진국이라는 브랜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개의 식용화 이슈에 대한 정책수단은 무대응이 최선이다.

대구시장의 병실 협조요청 사실과 거절의사를 자신의 SNS에 알린 이재명 경기지사의 행동은 매우 가벼웠다. 성경에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일화가 있다. 길을 가던 유대인 한 사람이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빼앗기고 심한 상처를 입었다. 신앙심이 깊은 두 사회 지도급 인사인 사제와 레위인은 모른 체하며 지나쳐버린다. 그런데 길을 가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그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고는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 다음날 여관 주인에게 돈을 주면서 이 사람을 잘 돌보아 달라,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겠다며 부탁하고 떠난다. 유대인은 사마리아인을 이방인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멸시했다. 그렇지만 사마리아인은 그에게 관용과 온정을 베풀었다.

해묵은 영호남 갈등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와 광주시는 2009년 각 지역 상징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서 ‘달빛동맹’을 맺었다. 광주시는 ‘달빛 병상나눔’으로 대구시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전남대병원에서 치료하게 하여 최근까지 30명이 완치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졌다. 경북 성주시의 한 주민은 감사편지와 함께 성주참외 10상자를 광주시에 전달해 훈훈함을 더해줬다. 그는 편지에 "코로나19로 인해 대구·경북이 발병의 온상지가 돼 국가적으로 큰 부담을 주게 됐는데 광주에서 제일 먼저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여러 물품을 보내줬다는 소식에 마음이 찡했다"고 썼다. 그가 보낸 참외와 편지 사진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같이 지역 간 갈등이 큰 사람들도 벽을 허무는 사랑을 나누는데, 하물며 이 지사의 고향은 대구와 가까운 안동이지 않나. 동향이나 다름없고 한때 이웃이었던 사람의 고통을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굳이 공개하여 부탁한 사람의 손을 부끄럽게 한 것은 경기도민을 부끄럽게 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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