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다. 아침부터 태풍 ‘링링’과 같은 바람과 싸라기눈으로 인해 볼이 따가워 우산도 펼 수 없고, 한 두 걸음 떼기도 어려웠지만, 그 곳에서 느낀 점은 사람들의 여유와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는 교통문화였다. 그곳에는 크락션소리 한번 나지 않고, 신호등이 바뀌어도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의 경우 사람중심보다는 차를 우선으로 하는 교통체계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뛰듯 서두루지 않으면 시간 내에 건너가기 어렵다. 가끔 어르신들이 건너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했다. 충분한 시간을 주어 배려했으면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중심 교육을 말하고, 지자체마다 사람중심, 시민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사람중심이 뭔지, 학생 중심이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배려다. 억지로 일을 만들지 말고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해야 한다. 오래 전 미국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멀리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차가 지나간 뒤 가려고 했는데, 오질 않았다. 쳐다보니 운전자가 방긋 웃으며 먼저 지
화성시 능동에 자리한 푸른중학교는 2008년 3월 3일 개교해 올해까지 제11회 졸업식을 거치면서 3천48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29학급 984명(1학년 363명, 2학년 284명, 3학년 337명)이 71명의 교직원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푸른중 교표는 분수와 푸른들을 형상화해 힘차게 솟고, 크고 넓은 자질의 푸른인을 나타내고 있다. 교목은 늘푸른 기상, 불굴의 절개, 고고한 기품, 인내와 극기를 표현하고 있으며, 교화로는 뜨거운 열정, 끝없는 사랑, 무한한 발전을 상징하는 장미로 지정하고 있다. 교훈은 최선, 배려, 인내다. 푸른중은 ‘푸른 꿈 푸른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미래 인재 육성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교육으로는 바른 인성과 소양을 갖추고 예절을 실천하는 도덕인 육성,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으로 서로 돕고 봉사하는 협동인 육성, 합리적 사고를 탐구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인 육성, 튼튼한 몸과 아름다운 정신을 가꾸며 살아가는 건강인 육성,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진로를 개척하는 자주인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푸른중은 자유학년제로 교과과정을 운영하며 드론 스쿨, 영상…
미국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가 쓴 ‘새로운 현실(The New Realities)’이란 책이 있다. 그는 책에서 21세기 경영에 대하여 다음 같이 적고 있다. “기존의 조직이든 정당이든 노동조합이든 병원이든 ‘이노베이션’ 즉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몰락하게 되고 새로운 조직은 ‘매니지먼트’ 즉 경영 관리를 하지 않으면 탈락하게 된다.” 그의 말처럼 이노베이션은, 자기 쇄신에 대한 결단이다. 마음도 몸도, 기업도 나라도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선택 사항도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하게 되는 죽고 사는 문제다. 과거 한국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세아의 4용(龍)이라 불렀다. 성장하기를 ‘용이 하늘을 난 듯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유독 한국만 IMF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르몽드지가 그 이유를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이 정치 경제 분야에서 시스템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기업 경영이 그러하듯이 국가 경영 역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 국가 경영을 시스템으로 체계화하여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면 언제든 뒷걸음 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국가 경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국민들의 능력과 국가 자원을 국가
아파트 /인은주 애견도 애인도 적당히 옆에 두고 더 서글픈 친구도 하나쯤 옆에 두고 그들은 모른 척하며 제 발등을 찍고 있다 - 인은주 시집 ‘미안한 연애’ 시간이 지날수록 ‘적당히’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적당히’가 아니면 곤혹스런 일을 적지 않게 당하기 때문이다. 오해와 왜곡에 의한 상처를 생각해보면, 타자를 내 안에 들이려 하거나 내가 타자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이젠 사랑에도 지쳐서 애견은 물론 애인까지도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 거리감에서 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나보다 더 서글픈 친구도 하나쯤 옆에 두고 ‘적당히’ 살게 되었다. 애인이나 친구가 더 가까워지려 하거나 더 멀어지려 하면, 모른 척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불편을 먼저 계산하는 것이 제 삶의 발등을 찍는 것인 줄은 모른 채, 서글프게도,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하는 관계의 짜릿함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김명철 시인…
“배우자와 함께 하는 여러분의 ‘섹스 라이프(sex life)’는 어떠신가요?” 필자가 진행하는 부부의 성(性)과 관련된 강연에 오신 참여자들에게 필자가 항상 하는 질문이다. 대부분 강연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다. 어색한 미소가 시작되고 잠시 후 용기 있는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에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닙니다!” 이 말에 필자는 다시 질문한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가족(배우자)이 아닌 누구와 그래야 하나요?” 다시 참여자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나타난다. 성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쾌락의 문제가 아니다. 20대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강동우 성의학 연구소, 2016)’에 따르면 ‘성생활이 삶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93.9%의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생활의 만족도는 어떨까? 4명 중 1명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만족 41%, 보통 36.1%, 불만족 23.8%)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상대의…
살아 생전, 간다라 미술의 상징이며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받는 ‘석가모니 고행상(苦行像)’을 직접 친견하고 싶다. 파키스탄의 라호르박물관에 전시된 ‘간다라 불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고행상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기 전 붓다의 6년간의 극한 고행을 묘사한 84㎝ 높이의 좌상으로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와 힘줄과 핏줄이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간다라 미술의 상징이자 절정의 시기에 만들어져 이 시대 불교 미술사를 소개하는 책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간다라 양식은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으로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가 고대 인도 북서부 지역인 간다라에 전해지면서 생겨난 불교미술 양식을 말한다. 붓다가 태어날 당시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인도는 16개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인도 변방의 오지 북부의 카필라 왕국은 히말라야 산맥아래 부족국가 수준의 작은 나라로 이곳에서 태어난 붓다가 출가했을 때 약소국은 이미 정복을 당하고 강대국 마가다·코살라·아완티·왐사 등의 4개국이 서로 패권을 다퉜다.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근원적인 인생고를 해결하고자 생명이라도 내던질 참이었던 붓다, 2600년 전 인도는 수행자를 존중해 공양(식사)을 대접했으
…
최근 김포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보내는 인천 서구 검단과 김포 주민들의 경고장’을 발표했다. 김포시 한강신도시총연합회와 인천 검단주민 총연합회를 비롯한 검단 지역 16개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했다. 경고장의 내용은 ‘중앙정부가 GTX-D 노선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은 힘을 실으라’는 것이다. GTX-D 노선은 김포 주민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각종 철도사업에서 소외된 채 수도권 3개 지역의 쓰레기까지 처리했던 인천시 서구 검단지역 주민들의 염원이다. 김포시 한강신도시총연합회는 지난 4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기 착공 의견을 올렸는데 27일 오전까지 1만 2천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원 내용은 “2기 신도시인 김포와 검단의 서울 출퇴근 교통 불편 해소와 한강 하구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GTX-D의 빠른 노선 결정과 조기착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포·검단 지역을 출발점으로 해서 마곡·여의도를 관통해 잠실을 지나 하남 방면으로 가는 노선이 김포의 가치와 주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11일 종료된 청원도 있다. 한강이남 가로라인은 수요가 폭발적인데도 불구하고 한강 아랫 쪽을 가로로 잇는 노선만 없다면서 김포-
희생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비록 보상을 바라고 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등 구성원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단위에서는 응당 그래야 한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북부지역은 암암리에 또 노골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했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찾아주기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팔을 걷었다. 이 지사는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만나 경기북부 주민들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요구했다. 군사 규제 완화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당연한 요구다. 지난 26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도-국방부 접경지역 지자체장 간담회’에서다. 이날 이 지사는 경기북부가 북한과 접경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환기 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당연한 사실을 재차 강조해 안보를 위해 커다란 희생을 치러온 지역 주민들의 인내와 헌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지금이 보상을 해야 할 적기(適期)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선(先)현실인식 후(後)목적달성 화법’이다. 이와함께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꼭 필요하지 않은 군사규제 완화 ▲북부지역에
김 교사 : 요즘 학생들 때문에 속이 상하고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이 교사 : 뭐가 그리 속상하고 답답하죠?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학생들 핑계를 대는 건 아닌가요? 김 교사 : 자기소개서, 동아리활동 같은 비교과 영역은 아예 없애버리고 교과 성적만 평가하면 좋겠다잖아요. 그뿐인가요? 심지어 수행평가조차 없애라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건 뭐…. 이 교사 : 그럴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과정을 중시하자며 수행평가를 강조하기 시작한 건 오래전이었죠. 대입전형에 반영되기 훨씬 전에 일반화됐잖아요. 학교교육에 관한 한 애초엔 이상적이기만 한 제도나 시책이 점차 변질되거나 사라지고 만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김 교사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적용해보지 않은 교육제도가 거의 없고 성공시킨 제도도 없다는 자조적 농담도 들어봤어요. 고교 성적 1위인 한국 여학생을 하버드에서 받아주지 않아 의아했는데 봉사활동 실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는 사례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동사무소에 나가 일하고 자녀 이름의 확인서를 요청한 일이 기사화됐을 때 그게 바로 봉사활동이 무너질 징조였던 것 같아요. 이 교사 : 결코 사소한 사례들이 아니죠. 봉사활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