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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출마와 역마

출마(出馬)는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본래 뜻은 ‘말을 마구간에서 몰아내온다’지만 출전(出戰)의 뜻도 담겨 있어서다. 장수가 창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 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소설 ‘조웅전’의 번창출마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선거전’에 나간다는 의미로 굳어졌다.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이 살아 돌아올 보장이 없는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심정과 비슷하겠기에 나온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으레 출사표를 낸다. 과거 적을 징벌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키며 임금에게 올리던 것이 국민들, 혹은 유권자로 바뀌었지만.

출사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제갈량이 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떠나면서 촉한의 2대왕 유선에게 바친 표문(表文)이다. 지금까지 전해지며 진나라 이밀이 무제에게 올린 ‘진정표’, 당’나라 사상가 한유가 쓴 ‘제십이랑문‘과 함께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힌다. 내용은 삼고초려로 자기를 기용한 유비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표시한 뒤, 그의 아들인 유선에게 올바른 치국의 길이 무엇인지 눈물로 진언하는 글을 적고 있다. 승산이 희박한 전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비장하고 솔직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출사표는 ‘올린다’는 표현보다 ‘던진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표문이라는 뜻이 원래 높은 사람에게 올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던지다’로 변형된 것인지 모르지만, 특히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출마의 변을 말할 때 자주 인용한다.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적반하장이 아닐수 없다.

4·15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던지 각 후보들의 출사표가 요즘 거리에 가득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도 오래됐다. 출마와 비슷하면 서도 그 뜻은 전혀 다른 ‘역마(逆馬)’라는 말이 있다. 말을 거꾸로 탄다는 뜻인데 오직 돈과 권력을 위해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권자들이 이를 간파해서 일까? 아님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겹쳐서 일까? 총선 분위기가 점점 실종 되어가고 있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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