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이 세계최고 ’목욕광‘ 이었다. 얼마나 목욕을 좋아했는지, 당시 로마제국의 최전선이었던 영국에도 대형 목욕탕을 짓고 전쟁 중인 군인들이 목욕을 즐겼을 정도다. 로마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목욕장은 물론 미술관, 도서관, 분수, 수영장까지 갖췄었다는 호화 ‘카라칼라’ 목욕장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곳에서 귀족들은 호사의 극치를 이루는 목욕을 했고, 정치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로마는 목욕탕 때문에 망했다”는 그 유명한 교훈을 남겼다. 목욕하면 일본도 빠지지 않는다. 예부터 온천이 많은 까닭이다. 일본의 목욕 문화는 로마와 달리 국민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몸을 덥혀 땀을 내고 노폐물을 걸러내는 건식 목욕을 즐겼던 우리나라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한증막(汗蒸幕)’ 이란 것이 있다. 장작으로 뜨겁게 데운 황토온돌방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위에서 땀을 빼는 공간인 한증막은 요즘으로 치면 건식 사우나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기여해 왔다. 특히 황토에서 좋은 효능이 나온다는 것을 간파한 세종은 궁중에 한증소를 설치해 고혈압 등 난치병 환자들이 이용토록 했다. 이후 지방 곳곳에 한증막을 세우고 농
우포 여자 /권갑하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자는 본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는 가시연 붉은 꽃대 나이마저 잊어버린 침잠의 세월이래도 말조개 뽀글거리고 장구애비 헐떡인다 누가 알리 저 늪 속 같은 여자의 마음 물옥잠 생이가래 물풀 마름 드렁허리 제 안을 정화시켜온 눈물 보기나 했으리 칠십만 평 우포 여자는 오늘도 순산이다 쇠물닭 홰 친 자리 물병아리 쏟아지고 안개빛 자궁 속에는 삿대 젓는 목선 한 척 우포는 경남 창녕에 있는 늪지이다. 시인은 우포를 질펀하면서 오지랖 넓은 여자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촉촉함을 간직한 여자다. 그 속을 알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들을 말없이 안아줄 수도 있는 그런 여자. 꼭 우리네 어머니 같은, 그러니 범인의 눈으로는 그 몸속에 품고 있는 눈물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하늘 가득 날아 내리는 첫눈을 보고서야 베란다 화분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여름내 훌쩍 키를 키운 파키라 넓은 잎, 산세베리아 두툼한 허리, 벤자민 고무나무 자잘한 이파리까지. 여린 화분 겨울준비를 하고 마주한 따끈한 꽃차에서 마당 한쪽 흐드러지게 피고 지던 어린 날 그 꽃밭, 향기가 났다. 울퉁불퉁한 돌 몇 개로 나누어진 화단과 마당의 경계선 사이로 속살거리는 채송화, 까만 씨앗이 도톰했던 봉선화, 혼자서도 예쁜 백일홍까지. 봄 꽃에 이어 여름 꽃, 가을 꽃으로 터져 오르던 향긋한 기억. 그렇게 철따라 꽃은 달라졌고 향기도 느낌도 많이 달랐었다. 마치 사람의 꽃처럼 말이다. 어린 날의 꿈 많은 봄꽃을 거쳐 혈기왕성한 청년기의 여름 꽃에 이어 결과물 풍성한 가을 장년기를 거쳐 마침내 슬며시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절절이 가슴 따스해져야 피우는 노년기의 그 겨울 꽃까지 말이다. 사람의 겨울 꽃, 그 꽃을 나는 ‘고령화(花)’라 칭하고 싶다. 숱한 봄, 여름, 가을의 뜨거운 시간들 다 가슴에 품은 채 뭉긋한 향기 피울 줄 아는 그 말없음의 꽃. 그 어떤 꽃보다 사랑이라는 거름이 필요한, 그래서 함께 피우면 더 좋은 꽃. 마지막 생의 열정을…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3.1%로 고령화 사회이며, 2017년이면 14%이상의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의 심각성은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지면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01년 1.3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째 초저출산 사회를 유지중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80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미 만성적 저출산 국가가 돼버린 상황에서 반등이 쉽지 않다. 이렇게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미혼모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미혼모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리차드 보아스 박사로, 그는 한국에서 딸을 입양하였다. 딸을 키우면서 입양재단을 설립하고 국제입양을 원하는 미국의 가정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국제입양의 옹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딸의 모국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시작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난 13일 대정부 국회질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불출석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야당이 ‘대통령 코스프레’라는 비판을 하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의 시작과 더불어 나타난 갈등을 법조인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헌법 제62조 제2항은 국무총리의 국회출석과 답변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자가 국무총리임을 전제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한편 헌법 제83조는 ‘대통령은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대통령의 권한만 대신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무도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국무총리로서의 국회 출석 거부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국회불출석은 헌법상 의무인가, 아닌가? 아직 정답을 낼 수 없다. 자 이번에는 법률적 관점을 달리해서 접근해보자. 대통령 권한대행의
1987년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배우 출신 ‘치치올리나’가 일명 ‘애정당’이란 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뛰어들었고 하원의원에 당선돼 화제가 됐다. 1990년 인근 국가 폴란드에서는 ‘폴란드 맥주 사랑당’이란 이색 정당이 창당했다. 국민들이 독한 보드카를 분별없이 마신 탓에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자 ‘차라리 맥주를 마시는 게 낫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듬해 총선에서 16석을 얻어서다. 그러나 국회 진출 후 당원들 간 의견 대립으로 대맥주파와 소맥주파로 갈렸다가 결국 해산되고 말았다. 1994년 남아공에선 키스(KISS)당이 등장했다. 로고도 빨간 루즈를 바른 입술이었다. 명칭은 애로틱하지만 사실 ‘정직과 단순함을 유지하는 당(Keep It Straight and Simple Party)’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밖에 유럽에선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창하는 ‘녹색잎당’, 도박 활성화를 내세운 ‘카지노당’까지 출현하는 등 국민 대변 명분하에 다양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고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당의 명멸사(明滅史)에 있어선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를 따라 오지 못할 것이다. 해방이후 1947년 미소공동위원회에서 정당 단체 참가 신청을 받은
별과 풍등 /김진돈 수천만 개의 풍등을 바라본다 각각의 소원이 담긴, 누군가의 아득한 영혼이었을 아굴라 초원의 밤하늘이 빼곡하다 내 가슴을 가로지르는 풍등을 쏘아보며 나는 지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눈빛이 된다 수억 년이 지나 오늘의 별이 되어 반짝인다 바람에도 지지 않는 저 풍등을, 불시에 끄는 이가 있어 찰나에 빗금이 그어지고, 누군가는 성호를 긋는다 빈자리가 채워지고 하늘과 풍등이 다시 반짝인다 그것은 태초이고 아득한 떨림이다 -김진돈 시집 ‘아홉 개의 계단’ 수억 년 전 어느 누구의 영혼이었을까, 몇 년 전 충북 어느 산골마을에서 두 눈을 파고들더니 급기야 수직으로 내 가슴에 내리꽂히던 별빛들은. ‘태초’를 상상해보면 어슴푸레한 빛의 신비로움에 감싸인 자연의 순수와 그에 걸맞은 성스럽고 거룩하며 숭고한 인간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오염과 타락과 불순의 시대, 존엄한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서로를 물고 뜯고 죽이는 시대. 우리는 도심 불빛 속에서 총기 잃은 별들을 보며 우리의 비천과 남루를 목도한다. 그래도 오늘밤만은 저 서늘한 풍등의 별빛으로 눈과 가슴을 한번쯤 찔리고 싶다. 영혼의 불이 꺼지는 듯 유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생활주변은 물론, 무인도 바닷가, 심지어는 우주공간에도 인간들이 배출해낸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쓰레기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지구의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악취와 세균을 발생시킨다.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켜 질병을 유발한다. 쓰레기 배출량은 증가하는데 이를 매립할 곳이 없어 지방 정부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이를 다소나마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ZE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다. 제로 이미션(Zero Emission: 제로 배출)의 머리글자로서 공장이나 공사현장, 가정에 이르기까지 ‘쓰레기 발생 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폐기물을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하고 분리수거를 통한 재활용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를 잘 지키지 않거나 무단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의 홍보가 절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쓰레기 매립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쓰레기 재처리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지역실정에 알맞은 전략산업을 특성화시켜 가야한다.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잘 살려서 유리한 경쟁을 도모해갈 수 있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인천은 특별한 수출전략을 추진해가야 한다. 잠재된 중국소비시장의 가능성을 선도적으로 개척해가는 일이 우선이다. 국내외에 적절한 전략산업의 효율적인 추진이 절실하다. 인천시가 내년에도 미래 산업인 8대 전략산업을 추진해간다. 산업별 클러스터 구축, R&D 및 마케팅 지원, 첨단과 기존 산단의 균형발전 등을 추진한다. 전략산업은 첨단자동차, 뷰티, 로봇, 바이오, 항공, 물류, 관광, 녹색기후금융으로 지난 2014년 10월 선정한 핵심과제다.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에 적절한 전략산업의 육성을 추진해간다. 내년도 신규 사업 발굴과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구축 등으로 기업의 생산을 강화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지역경제시책이 중요하다. 첨단자동차 산업 분야는 청라지구 로봇 랜드에 건설되고 있는 로봇산업지원센터와 항공안전기술원 및 드론인증센터 등에 기계, 전자, 제어 등이 복합적으로 융합되는 지능형 로봇산업 관련 앵커기업들을 입주시켜 미래기술 경쟁시대의 로봇산업의 발전 전략기지로 활용한다. 미래의
비선(秘線) 실세가 나랏일을 좌지우지(左之右之) 해왔다는 ‘이야기’(story)가 하나하나 ‘팩트’(fact)로 밝혀지고 있다. 2016년 가을과 겨울,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해외 한인사회에도 회복하는데 오래 걸릴 ‘상처’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촛불시위가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는 축제문화로 승화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고 다시 전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후반 이래 살길을 찾아, 또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반도를 떠난 우리 선조들은 어디에 가서 살든지 학교를 설립하여 후손들을 교육해왔다. 과거에는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만주)에서, 또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의 여러 도시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 한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에서 주말한글(한국)학교로 한글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모두 자신들의 후대들이 한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잃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한국정부(재외동포재단)는 이와 같은 재외동포사회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풍족하지는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