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연휴이고 비도 오고 하니 그냥 집에 있을까 하다 그래도 어제 그 젊은 친구들이 올지도 모르고 집에 있으면 뭐하나 싶어서 여느 때처럼 출근을 했다. 난로도 피우고 컴퓨터도 켜놓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데 문득 어제 저녁에 일이 생각 나서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되어 간다. 어제 그 친구들은 갔나 보다. 일찍 나왔으면 도움을 줄 수도 있었는데 좀 늦게 나온 게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수증기가 잔뜩 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이 있어 바라보니 그 친구들이다. “아니! 아직 안 갔어?”하고 물으니, “예 비가 와서 늦게 나왔어요”하면서 도움을 청한다. 인터넷에서 버스 시간을 보니 아직 멀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터미널로 가서 표를 끊으려 하니 12시 25분 차가 있다. 시간을 이야기해주며 얼굴을 바라보니 “급하지 않아요, 그 차로 가면 돼요” 한다. 차표를 무인발급기에 받으니 또 한 친구도 발급을 해달란다. 아니 어제 동대문 간다고 하지 않았어, 동대문은 청량리 가는 버스 타고 청량리에서 내려서 환승하면 금방이야 하니 수원에 갔다가 동대문을 같이 간다며 표를
1941년 일흔을 넘긴 앙리 마티스에게 십이지장암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이 내려졌고, 그는 주치에게 간절히 간구했다. 하던 작품들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단 몇 년 만이라도 더 살게 해달라고 말이다. 마티스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졌고, 그는 그의 인생에서 다시 한 번 절정을 쓸 수 있게 됐다. 물론 그의 온몸은 성치 않았고 작업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젤 앞에서는 서 있는 것도, 앉아있는 것도 불가능했고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되돌아온 화가의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상쾌했었는지, 그때부터 그가 발표했던 작품들은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1946년작 ‘폴리네시아의 하늘’, ‘폴리네시아의 바다’는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그린 한 쌍의 작품들이다. 비록 당시 몸이 성치 않아 여행은 불가능했지만, 10년 전 방문했던 그곳의 인상을, 그가 머물고 있던 니스에 넘실거리고 있는 지중해 빛깔의 도움을 받아 기억으로 더듬었다. 어느 빛이 하늘빛이고 어느 빛이 바다 빛인지 모를 두 가지의 푸른색 조각이 넓게 펼쳐진 모자이크를 배경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자유롭게 유영하고
강아지풀이 흔들리면 /김점용 한밤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놓아 주었다 멀리 가서 잘 살라고 놓아 주었다 고양이는 강아지풀 사이로 뛰어갔다 돌아오면서 돌아보았다 강아지풀이 흔들렸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 꼬리였다 자세히 다시 보니 강아지풀이었다 길가에 쌓아놓은 비료 부대를 자세히 보니 주차된 트럭 뒤꽁무니였다 다시 자세히 보니 친환경 비료 부대가 맞았다 고양이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키 큰 귀신을 만났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무덤에서 뻗어내린 칡넝쿨이었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나를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될 만큼 흔해진 질환이 되었다.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은 가장 주요한 사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대뇌세포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기능의 장애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방향감각이 점차 상실되고 성격의 변화에 이은 모든 자율적 능력을 상실해 간다.병이 진행되면서 엉뚱한 곳에 물건을 놓아두거나, 놓아둔 물건을 찾지 못하며, 늘 오가던 길에서도 길을 잃고 오랫동안 살아온 자신의 집도 찾지 못한다. 중기 이후엔 친구와 이웃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심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이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가능성도 관측된다. 3국 연쇄 정상회담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역사적 만남이 돼야 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일 방북했다.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수석대표가 한국을 거쳐 평양을 공개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미 물밑 협상의 진전을 의미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어떤 조처를 할 것이냐도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상응 조치의 기조로 북미 간 신뢰 구축,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 적정 시점의 대북 투자 지원 등을 언급했다. 세부 방안으로는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논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거론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적절하게 조합한 비핵화 로드맵이 김혁철-비건 협상에서 나오길 바
지난달 29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사업이 국토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상 사업에서 배제되자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수원시민, 특히 서수원권 주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같은 수도권인 7호선 도봉산-포천선(옥정~포천) 연장 사업은 예타 면제사업에 선정되고, 광교~호매실 연장사업이 제외되자 수원시민들은 트램 실증노선 공모 탈락에 이어 광교~호매실 연장사업까지 배제시킨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우리도 포천 사람들처럼 수 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수 천 명이 삭발을 했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왔다. 7호선 도봉산-포천선(옥정~포천) 연장 사업 계획이 언급된 지 약 2년 반 만에 실행이 확정됐지만 수원 호매실 신분당선 연장 사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13년째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신분당선 연장사업은 이미 2003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광역교통시설부담금 5천억 원이 확보돼 있다며 정부가 반드시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관련사설 본보 1월 28일자)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 사
한반도에서 홍예가 가장 많이 설치된 시설은 수원화성의 남수문(南水門)으로 홍예가 무려 9개인데 북수문 보다 2개가 많다. 전쟁을 위한 성곽시설로 보면 참호시설인 포사(鋪舍)가 있는 남수문이 유희시설 건물인 누각의 북수문 보다는 훨씬 더 실용적이다. 남수문은 수원화성의 첫 번째 공사로 선정돼 1794년 2월 28일 장안문, 팔달문, 화홍문과 같이 착공한다. 그러나 남수문은 수원천 정비가 선행돼야 하므로 착공과 동시에 중단되고 실질적인 공사는 1년 9개월 뒤에 시작된다. 공사재개는 1795년 11월이고 홍예준공은 다음 해 1월 16일이며 3월 25일에 포사와 여장(女墻) 등이 완성되어 전체 준공이 된다. 남수문도 북수문과 같이 홍수로 두 번의 유실이 있었다. 첫 번째 유실은 1846년으로 이때는 두 수문뿐 아니라 남암문까지 피해를 본 큰 홍수였다. 당시 성곽은 중요 시설이었기에 바로 복구 됐다. 옛 제도에 따라 복원되지만, 하부구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앞뒤에만 있던 홍예를 볼트(vault, 전체가 홍예) 형식으로 변경했다. 두 번째 유실은 1922년 일제강점기로 당시에는 조선 문화재의 인지도가 낮았고 화성(華城)은 재래식 무기를 막는 성곽시설로 중요하게 생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우리사회에 제기한 부모의 ‘외눈박이 사랑’에 대해곱씹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3대째 서울의대 집안이라는 찬사를 받기위해 오로지 공부만 외쳐대는 부모가 어디 드라마 속에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자식이 서울대에 합격만 하면 그들만의 캐슬이 더욱 공고해 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타인을 경쟁자이거나 내 성공을 방해하는 훼방꾼 정도로 인식한다. 정말로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인지하는가? 타인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인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만약 나와 꼭 같은 인격체로 인지한다면 갑질을 하거나 모멸감을 주거나 혹은 폭행을 일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인격적인 언사는 어린이가 부모나 학교,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체득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타인이 나와 같은 인격체임을 가르쳐야만 하겠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필자는 타인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능력, 이 능력은 21세기형 인간이 갖추어야만 하는 역량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재란 제 아무리 잘났다한들 그리고 독립적으로 완전하다고 주장 한들 인간을 둘러싼 외부적인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미세먼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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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윤리적·종교적·법적·의학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되어왔다. 그래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 한 나라는 몇 안 된다. 죽음의 여행지라 불리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도다. 미국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40개 주에서는 인공호흡기 제거 등의 소극적 형태로 허용하고 있다. 그 외 많은 나라에선 안락사를 도운 의사를 살인죄로 처벌한다. ‘죽을 권리’보다는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997년 보호자의 뜻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했던 의료진이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은 바 있다.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18년, 이른바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사실 이 법률 시행 전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많이 변했다. 우선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꾸준히 늘어 3만5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명 치료는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
골프 볼은 처음에는 페더 볼이 사용됐다. 동물 가죽을 봉합하고 그 속에 깃털을 채워 넣은 페더 볼은 날아가는 방향이 날씨 등의 조건에 좌우되기 쉽고 볼이 젖으면 건조할 때보다 평균 30야드나 샷 거리가 덜 나간다. 요행으로 바람을 잘 이용하면 350야드 이상도 날아갈 수 있다. 1844년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교수 패터슨 박사의 아들이자 골프광인 로버트에 의해 커터 퍼처볼이라고 하는 안정된 샷 거리를 얻을 수 있는 볼이 발명됐다. 동남아 산 거터 퍼처라는 나무 수액을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페더 볼에 비해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딤플이 없이 표면이 매끈한 볼이 쓰였으나, 신품보다 상처가 난 오래된 것이 샷 거리가 멀리 간다고 하는 현상에 주목해 삼각형, 사각형, 도랑 형태의 것 등 여러 종류의 딤플이 고안됐다. 현재 딤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실증됐고, 표면에 많이 붙어 있는 둥글게 움푹 패인 것은 골프 볼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무게나 크기에 논란도 많았지만 1968년에 어떤 나라의 PGA에서나 미국 표준인 지격이 1.68인치 볼만 사용하여야 한다는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 엄청난 샷 거리를 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