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메이커가 생산하는 김치도 꺼리는데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누가 먹겠어요”
수원시 지동시장에서 A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강모(52)사장이 ‘김치’란 말에 손을 절래 흔들면서 한 말이다. 매일 직접 김치를 담가 판매하기 때문에 하룻동안 최고 60만원까지 소득을 올렸던 A반찬가게는 지난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 평균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더욱이 식약청의 발표 이후에는 매장을 찾는 손님도 끊긴 상태다.
강씨는 “벌써 2시가 가까워졌는데 단한사람의 손님도 없었다”며 “일부 회사의 김치에서 기생충이 검출 됐다고 해서 모든 김치가 기생충 김치는 아닌데 왜 우리같은 작은 업체들까지 피해를 입는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3일 식약청이 국내산 김치 16종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도내 유통업체들과 음식점 등은 한산하다 못해 서늘한 지경이다.
홈플러스 북수원점의 식품매장의 김치 코너에는 ‘우리 매장에서는 식약청이 발표한 업체의 김치는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이 여기저기 걸려있지만 김치를 구매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만두파동때보다 더한 것 같다"며 "어제 식약청 발표 이후 김치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 김치는 안전하냐’는 질문만 자꾸 해서 입이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기생충 검출 업체중의 하나인 한성식품의 김치를 판매했던 롯데백화점 안양점은 3, 4일 총 매출이 평소 매출에 10%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는 고객은 없지만 김치는 거의 판매 되고 있지 않다”며 “대신 매장 한켠에 마련해 둔 ‘김장재료모음전’ 코너는 아파트 주민들이 한번에 150포기를 구매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전문 음식점들은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에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수원시 조원동의 D 김치음식점은 점심시간인 12시에도 매장 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비었다. 사장 김모(45)씨는 “중국산 파동때는 ‘우리는 국산만 쓴다’라고 푯말이라도 붙였지만 이번에는 국내산이 문제가 된 것이라 대처방안도 찾지 못하고 손만 놓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이번 국산김치 기생충 파동으로 배추 가격도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업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식약청 발표가 나온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 배추 가격 변동은 없는 상황이지만 11월 중순에는 가을 배추가 대량 출하되는 데다 이번 파동으로 배추와 김치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농산물 가격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