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머금은 생명의 아름다움'
수원의 명소 방화수류정 옆에 위치한 대안공간 '눈'에서는 깊어가는 가을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에서는 처음으로 작품을 내놓은 허은영(44·여·서울시 양천구 신정1동)씨의 세번째 개인전이 바로 그것.
오밀조밀한 전시관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운 허 작가의 2005년 작품은 약동하는 씨앗, 생명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지의 재질을 살려 특유의 색감과 주름을 입힌 화면에서는 섬세한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작가의 입을 통해 들은 작업 과정도 그의 꼼꼼한 성격을 예측케 한다.
우선 장지를 아래 대고 그 위에 주름잡힌 한지를 덧대, 평면에서 제2의 공간을 만들었다.
또 주홍빛깔 혹은 녹색빛, 고동색 등이 농도를 달리하며 추상적인 자연의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스펀지의 특성을 이용해 아크릴 물감으로 빨갛고 초록의 점들을 찍어 섬세하게 마무리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전시장 바닥에 흙을 쌓고 그 위에 네모난 작품 여러개(Space-Waiting)<사진>를 꽂아놓은 것이다.
원래 이 작품은 벽면에 모자이크 형식으로 붙이려던 것을 전시관 규모와 구조와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설치 작품으로 변화된 것.
전시관과 작품이 하나가 돼 전시관 안에 또 다른 이색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은영씨는 "씨앗은 생명을 의미하는데 각 생명에게는 주어진 인생과 약속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