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명 정도 되는 스태프가 밥상을 차려놓으면 저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지난 연말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의 겸손한 수상소감은 CF로도 만들어지고, 또 다른 수상자들의 소감에도 영향을 끼치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황정민의 말’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은 우선 그의 태도에서 우선 기인한다. 자신을 높이려고 허황된 수식어를 난무하는 다른 스타들의 비해 배우 황정민은 자신을 낮추며 진지해지려 노력한다.
형식에 치우치기 쉬운 행사장에서도 황정민은 어색해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대답을 고민한다. 질문이 주어지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사념에 잠기곤 하는 황정민의 태도는 그의 진심을 고민해보게 한다.
11일 오후 부산 크라운호텔에서는 영화 ‘사생결단’의 현장공개 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비록 바쁜 촬영일정으로 황정민 류승범 두 주연배우만 참여한 조촐한 자리였지만 두 배우가 내품는 말의 무게감 때문에 현장의 긴장감은 많은 감독 배우들이 함께했던 다른 간담회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황정민은 “사람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독한 구석을 참아내다가 결국 폭발시키는 인물이다”며 자신이 연기하는 마약반 형사 도경장을 설명했다. “마치 경주 말처럼 뒷걸음치지 않는다”는 그간 캐릭터에 대해 고민해왔던 시간의 흔적들이 묻어나온다.
영화 ‘사생결단’(감독 최호, 제작 MK픽처스)는 IMF 직후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과의 사투를 벌이는 형사(황정민)과 마약 중간 판매상(류승범)의 치열한 생존법칙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황정민과 류승범의 버디영화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 황정민은 “그렇게 남자 두 명만 부각되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며 “많은 조연들과 같이 어울려지며 서로 박장대소 하는 이야기이다”며 의미 있는 반박을 행했다. 이는 영화를 주연배우로만 평가하는 세태에 대한 지적이며 조연배우들의 존재를 부각시켜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린 지난 수상소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황정민은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내 영혼을 팔면서 한다”는 명언도 남겼다. 황정민 스스로도 “웃을지도 모르겠지만”하고 전제를 달 정도로 거창하게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이는 배우들에게 있어서 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을 실감하게 하는 의미 있는 한 마디였다.
황정민은 ‘사생결단’에서 악역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사랑받은 전작 ‘너는 내 운명’의 순수한 남자의 이미지를 조금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변신을 택한 것이다. 이런 선택의 순간에는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황정민은 이번 악역이 ‘달콤한 인생’에서의 악역과 차별화되는 지점까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류승범은 “황정민이라는 배우와 함께 작업하면 절대로 게을러질 수 없다”고 고백했다. 이 말은 단순히 형장에서 열심히 하는 황정민의 모습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정민은 “지금껏 진심으로 하면 언젠가는 관객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변하지 않는 자존심이 있었다”고 지난 시절을 회환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부터 시작한 황정민의 자존심은 지금에서야 드디어 관객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황정민은 기자회견이 끝나는 순간에도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스크린쿼터 시위하시는 분들 수고하시고 한국 영화의 힘은 관객 여러분이다”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