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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환 시인의 빛과 생명

시집 '빛과 생명' 가운데 '시인의 말'

살아가다 보면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을 떠나 보내고
회심의 눈물 흘릴 시간조차 거꾸로 매어단
그때부터,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생명의 영광 속에 있을지라도
목이 길어 안타까운 짐승인
사슴의 눈빛은 넋을 잃어 어둡다.
가시채를 뒷발질하느라 바빴던 세월의
이쪽 빛과 생명의 푸른 동산에
풀향기 그윽한 城砦 한 칸 짓고 싶다.
"젊었을 때 쓰지 못한 시, 늦게나마 다시 시작한만큼 남은 여생을 시작에 매진하려 합니다"
류영환(70) 시인이 최근 시집 '빛과 생명'(월간문학사)을 내놓은며 던진 출사표다.
'까까머리' 고등학교 재학 시절, 사물과 삶을 함축적이고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시 문예반에서 시쓰기에 매진했던 그이지만, 평생을 함께 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멋쟁이' 대학생으로 문학의 길을 가던 중 뜻하지 않은 비보를 받고부터였다.
서울 수복 후 50년대 후반, 당시 같은 문학지망생이었던 친구가 혼돈과 방황의 삶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것.
이후 충격을 받은 류 시인은 시쓰기를 포기하고 학업에만 몰두했다.
그런 그가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또 하나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젊은 날 삶이라는 현실에 동화하고자 시쓰기를 포기하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어느 땐가 더많은 연륜이 쌓이면 꼭 다시 시쓰기를 하겠다고....."
스스로의 약속을 다시금 떠 올리게 된 계기는 지난 2002년 아내의 돌연한 죽음이었다.
생업에 밀려 지키기 힘들었던 자신의 다짐을 인생의 동반자가 사라지면서 되돌아 보게 된 것.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는 '아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신앙이 시에 녹아들어 있다.
고교 시절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을 비롯한 서양문학에 빠져들었던 그가 세계베스트셀러 성경을 탐독하면서부터 신앙은 삶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시와 신앙, 삶이 하나 되지 못한다면 끝내는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고 마는 것'이라 생각하는 그의 작품에서 신앙적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이에대해 엄창섭(한국시문학회 회장) 관동대 교수는 "류영환 시인은 육신이 어쩔 수 없이 늙어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파악하고 있다"며 "삶의 매순간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영혼의 감동과 감탄사를 꽃향기 나는 식물성 언어, 푸른 생명의 언어로 표출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했다.
뒤늦게 시인의 길로 돌아온 류씨가 '연륜에 맞는 시집 5∼6권을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10쪽. 8천원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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