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여름하면 6·7·8월을 말한다. 6월은 더위의 시작이다. 그 좋던 봄철이 지나고 나면, 어느덧 더운 날씨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더위는 석달을 이어간다. 우리나라는 근대에도 그랬고 현대 와서도 그랬듯이 6월이 되면 가끔 온 나라가 한번은 발칵 뒤집어지는 대격동을 겪었다. 그래서 6월은 1년 중 가장 역동적인 계절이다. 기념하고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할 사건들이 유난히도 많은 달이다. 모두가 우리의 현대사를 돋보이게 했던 사건들이다.
5.31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우리의 시선은 온통 독일 월드컵으로 집중됐다. 우리의 대표팀이 비록 16강에 들지는 못했어도 잘 싸웠다. 지난 2002년 서울 월드컵 때와 같은 전과를 올리진 못했다. 그러나, 전 국민의 73%를 TV 앞에 동원했다. 이런 거국적인 TV시청현상은 자발적 참여였다. 정말 신바람 나는 일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독재자 박정희가 굳은 표정으로 테레비와 라디오 전파를 총동원해서 ‘국민 여러분’하면서 국민을 겁박하는 중대발표를 해도 들은 척 마는 척 했던 국민도 신바람 나는 일이면 이토록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19년 전인 1987년, 새해 벽두부터 민심은 뒤숭숭했다. 잘 나가리라 기대했던 한 서울대생이 서울의 남영동 보안사 분실 안의 고문실에서 취조를 받던 도중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고문치사를 감추려던 전두환정권은 마침내 사실을 고백해야 했다. 박종철이 죽었다는 것이다. 진실 규명에 천주교가 앞장을 섰다. 천주교 신부들은 신앙인의 양심에 따라 박종철이 죽은 것은 고문 경관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공권력이 계통적으로 개입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때부터 재야인사들은 ‘반외세·반독재·민족통일’을 기치로 내걸고 투쟁에 나섰다. 6월 들어 연세대 학생 이한렬이 최루탄에 맞아 또 숨졌다. 그의 장례식 날이자 ‘독재타도의 날’인 6월 10일엔 전국 48개 지역에서 180만 여명이 반독재 투쟁에 동참했다. 6월 항쟁의 시작이었다.
그 달 29일,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 노태우는 이른바 ‘6.29선언’을 발표한다. ‘김대중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대통령을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고.....’어쩌고 하는 민정당의 정치일정을 발표했는데, 이는 신군부의 뜻이 아니라 한반도 위기관리자 역할을 해온 미국의 뜻을 대신 발표한 것으로 보였다. 노태우의 발표 몇 시간 전, 미 국무장관 조지 슐츠가 “한국정부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바꿔 지금 약속을 하려 한다.(NBC TV회견)”고 말한 데서 이를 입증한다. 지금의 문제투성이 헌법은 이때 만들어졌다.
지금부터 6년 전, 대통령 김대중은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6월 15일,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다. 이 발표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가 민족통일의 길로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됐다.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로 남녘 광주는 올해도 뜨거웠다. 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은 같은 핏줄임을 새삼 확인했고, 통일은 21세기 한반도의 놓칠수 없는 화두로 떠올랐다. 전 단계로 ‘금강산 관광’, ‘개성 공단 공동 운영’ 등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남북화해와 상호협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민중이 환호했다. 지금까지 금간산 관광을 다녀온 남측 시민이 7백 만명에 가깝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가서 보면 북측이 어렵게 사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잘 사는 형이 가난한 동생을 돕는 것은 놀부심뽀가 아니라면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56년 전인 25일엔 동족상잔의 남북전쟁이 시작되었다. 북에서 먼저 침략했느냐 남에서 길을 열어주었느냐는 따위의 논쟁은 학자들의 몫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통일전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 미국의 ‘유도전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이기에 올바른 역사를 쓰려는 학자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났던 6월은 이제 지나갔다. 함성도 멎었다. 그 6월은 1년 뒤 다시 온다. 내년은 대선의 해. 우리 민족의 역동성이 아무래도 무슨 일을 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