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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고의 한부부로부터 배운 것

최춘일(문화기획자)

사무실 한 켠에 붙어 있던 제12회 죽산예술제 리플렛을 뒤적거리다가 내몽고에서 온 한 부부의 강연이 눈에 띠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모 일간지의 한 면을 채운 소박한 한 부부의 사진을 보았다. 중국 내몽고 자치주 마오우쑤(毛烏素) 사막의 징베이당(井背塘)이라는 곳에서 20여 년간 나무를 심고 가꿔온 인위전(殷玉眞) 바위완샹(百萬祥) 부부이다.
이 두 부부는 황량한 사막에 20여 년간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이제는 80여호의 가구가 들어선 어였한 마을을 만들어 냈다. 기사의 행간에는 베르나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나 H.D 소로우의 “월든”, 그리고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감동을 뛰어넘는, 그들만의 서사로 가득 차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스쳤고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못 잡아도 여의도의 면적의 10배가 되는 면적을 숲으로 바꾼 이들은 방명록에 자기 이름을 쓸 줄도 몰랐다.
이 두 부부의 삶은 그 자체가 생명의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공존의 방식을 가장 무식하게 해결했다. 국가나 정부기관에서 한 푼의 지원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노동을 통해서 번 돈과 노력으로 사막을 숲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자연과 타인들에 대해 겸손했다.
아마도 자연과의 관계에서나 가능한 이 두 부부의 삶 자체가 담론의 대상이며 감동의 근원이 아닐까. 20여 년간 심고 기른 나무들로 자신의 집을 짓고 80여 가구가 둥지를 튼 이 황량한 사막의 인공 숲은 개인과 국가의 차이, 그리고 개인의 신념으로 바꿀 수 있는 물리적인 자연의 크기, 행동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소로우의 “월든”이 관찰자적이고 방어적인 느낌을 준다면 이 두 부부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자연과 다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아주 지혜로운 무식함을 도구로.
이 기사가 나간 날 파주에서는 경기도가 주최하는 생명문화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이 포럼은 생명사상을 펼치기 위해 국내외의 저명인사와 생명사상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 서있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생명에 대한 중요한 담론을 만들고 생명에 대한 세인들의 눈길을 끌어 온 이 포럼과 내몽고의 두 부부는 감동의 차원과 크기가 전혀 달랐다. 포럼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지역의 환경운동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이 포럼의 2%의 부족을 지적한다. 이 포럼에 대한 아쉬움과 채울 수없는 허기는 이 두부부가 보여준 이러한 진정성과 굳건한 대지에 뿌리내리는 믿음, 실천의 빈곤으로 부터 오는 것은 아닐까.
내몽고에서 부는 바람. 바람에 맞서서 황갈색의 사막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일. 대지예술이나 많은 행위 예술가들이 내세우는 창작에 대한 수사와 현란함보다 감동적이다. 거기에는 지혜와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과 감동의 아름다움이 있다. 시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빚어내는 질서와 공존의 아름다움이 깊이 배어 있다. 이것을 예술이라는 말 말고 어떤 말로 표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아름다움은 학벌과 학력 그리고 온갖 정보들과 미디어, 촘촘한 관습의 그물코 안에 갇힌 우리들의 일상이 잊고 있던 것들이다. 문화기획자들이나 작가들에 대한 나의 따뜻한 의심도 이러한 일상의 모습에서 기인하는지 모르겠다. 의심과 세간의 잣대로 삶을 읽는데 익숙해진 내 눈과 귀, 진정성을 발견하고 지혜롭게 길러나가는 일상을 잃어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예쁘장한 생명문화포럼의 가방과 자료들의 틈새로 자라나는 수만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면서 가까운 후배가 우스개 소리처럼 던진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잖아요" 하는 말이 귀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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