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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쿠사츠'의 비극을 아시는가?

오흥택 기자 정치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으로부터 '모쿠사츠(もくさつ)'라는 일본어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은사께서 모쿠사츠에 대해 "이 단어는 세상을 뒤바꾼 말"이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연합군에 항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내각은 연합군측이 공식채널을 통해 최후통첩을 해 올 때까지 항복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당시 일본의 칸타로 스즈키 수상은 포츠담선언에 대해 신중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모쿠사츠라는 단어를 사용해 "일본 내각은 '모쿠사츠'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모쿠사츠는 '당분간 미룬다', '무시한다'라는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연합군은 "일본은 항복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했고, 결국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초토화시켰다.
은사께서 "많은 사람들이 '말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모쿠사츠 사건을 예로 들곤 한다"고 설명했던 게 기억난다.
지난 4일 김문수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김 지사가 각 실무자의 업무보고를 받던 중 지시하거나 지적했던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김 지사는 도정 홍보강화를 위해 "30인승 행정헬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데에 돈 아낄 필요없다"고 했다. 또 농정국 보고시 "골프장 개발도 더 하고 농민도 골프장 주주가 되도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그럴듯한 발상"이라며 비아냥을 쏟아내고, "너무 의욕만 앞서 있다" "무슨 의도인지 알겠지만 어떻게 감당할 지 의문"이라며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특히 "최근 FTA다, 농가부채 증가다 해서 농민들에게는 시름만 쌓이는데 무슨 생각으로 업종변경을 논하는 지 도통 모르겠다"는 비난도 퍼붓고 있다.
고전 순자 영욕(荀子 榮辱)에서도 말 한마디가 때론 비단옷처럼 따뜻할 수 있지만 때론 창끝보다 깊은 상처를 준다고 했다.
입 밖으로 뱉은 말이 이미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도지사 스스로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면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곱씹었어야 했다. 소뿔을 바로 세우려다 정작 소를 죽이는 과오는 겪지 않아도 된다.
김문수 도지사님! '모쿠사츠'의 비극을 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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