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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실패한 정책일 수 없다.

김달곤(신흥대학 교수·교육행정학)

 

최근 외국어고등학교 시·도별 진학제한 조치와 관련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교원·학생·학부모 등 교육계의 반발과 역풍에 부딪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 5일 시·도 교육감회의를 소집, 이같은 제한조치의 시행과 외고의 신규 설립 억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며 강행방침을 거듭 밝혔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외고 선발지역을 제한하려는 이유를 보면 ▲외고가 과열과외의 입시경쟁을 조장하고 ▲어문학계통의 동일계 진학비율이 저조하며 ▲2008학년도부터 대학 신입생 선발을 내신성적에 의할 경우 외고 졸업생은 상대적으로 불리해 사회문제화 될 우려가 있다는 것.
심지어 담당국장은 외고는 당초의 설립취지와는 달리 ‘실패한 교육정책'이라며 드물게 정부의 실책을 자인하면서까지 정책변경의 당위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정책의 시비를 따지기에 앞서 외고는 진정 실패한 정책인지, 실패했다면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글로벌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믿어온 국민과 20여 년간 외고에서 공부했을 학생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갔는지, 그 실패한 책임은 누가 질것인가를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그동안 전국의 외고가 이룬 교육성과를 간과한 채 우리 학교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수준에 부응하지 못해 야기되는 과외·사교육비 폐단을 외고에만 전가하는가, 외국어는 생활과 학문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는데 동일계 진학부진이 외고 규제의 이유로 합당한가, 시·도 교육감 관할의 외고 입시에 국가가 전적으로 간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외고쪽의 반론과 항의에도 명확한 해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보다 중요한 질문은 외고의 선발지역 제한조치만으로 과열과외·입시경쟁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작금의 외고관련 사태를 분석해 보면 교육이 추구해야 할 보편성과 수월성 가치의 상대적 비중과 조화의 문제에서 비롯된 듯 싶다.
우리 현행 헌법은 국민의 교육기본권으로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여 ‘교육기회의 균등’ 즉, 교육평등을 교육질서와 정의로 강조하면서도 ‘능력에 따라’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의 대 국가적 기본권으로서 정부는 국민에게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함과 동시에 폭 넓은 선택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교육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함을 뜻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랫동안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고수하며 규제와 개입을 강화해온 반면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원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의 개성과 소질·능력에 따른 교육기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외고정책은 실패한 정책일 수 없다.
오늘의 외고들이 정부가 소기했던 방향에서 다소 변질됐다고 하더라도 외고의 문제가 전체 문제일 수 없고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모든 교육활동의 위계는 교육이념-내용-방법-평가순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교육이념, 즉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교육목적은 잊혀진지 오래이고, 대학입시방법과 출제경향이 바뀌는데 따라 교과목이 파행 운영되는 등 하위체계인 평가에 교육목적·내용·방법이 이끌려 다니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교육과정·교과서·교육시설·학생선발 등 국가독점적 평준화 정책속에서 국민의 학교 밖 사교육비가 수 십 조원을 넘고 2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외국유학에 나서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서글픈 현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지?
정부는 교장공모제, 교원평가제, 교원성과급제, 사학의 개방형 이사제, 외고진학지역제한,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 등 쉴 새 없이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대책들이 고등학교이하 보통교육을 정상화하고 국민간 오도된 교육관과 학력 인플레현상을 바로 잡을 종합적 처방인지 묻고 싶다.
교육평등과 교육의 공공성 보장을 위한 일련의 혁신정책이 필요하지만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으려면 교육문제 전반의 분석과 규명이 이루어지고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교육문제의 핵심인 국가주도의 대학입시제도를 비롯, 진로중심 학제개편 등 시급하고 산적한 교육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며 정부의 교육정책은 평등과 경쟁, 선발과 선택 양면이 조화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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