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4 (수)

  • 맑음동두천 12.0℃
  • 맑음강릉 9.8℃
  • 맑음서울 10.8℃
  • 맑음대전 12.1℃
  • 맑음대구 13.2℃
  • 구름많음울산 11.2℃
  • 맑음광주 12.3℃
  • 맑음부산 12.8℃
  • 맑음고창 11.2℃
  • 구름많음제주 13.4℃
  • 맑음강화 9.2℃
  • 맑음보은 10.2℃
  • 맑음금산 10.7℃
  • 맑음강진군 13.4℃
  • 맑음경주시 13.1℃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사유와 무사유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김 이 수

우리 대부분은 ‘생각 없이’ 살 때가 많다. 사유(思惟)라는 것은 귀찮고 막막하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표준적인 해결 절차가 있다면 우리는 쉽게 그것을 따른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의 개인적인 책임을 조직이나 시스템에 전가하는 ‘마음 편한 절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일 태생의 철학가 한나 아렌트는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일이나 충실히 하면서 편안히 살아가는 삶은 엄청난 악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히틀러 치하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유대인 학살의 임무를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수행했던 아이히만은 한편으로는 평범한 가장, 자상한 남편, 충실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월급을 받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히만의 문제점에 대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도무지 생각하지 않는 관료주의적인‘무사유(無思惟)'라고 그녀는 지적한다. 무사유는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 속에 깃들 수 있는 ‘평범한 악’이다. 따라서 아렌트는, 물려 내려온 권위와 관습의 힘을 근원적으로 반성하게 하며, 그 속에서 유지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가려내고 무가치한 것을 파괴하는 사유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이 사유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적 사익을 떠나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자신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해 숙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도 그 방법이 멀리 있지도 않다. 바로 선거가 일상의 흐름을 한순간 끊고 우리에게 정치적 공동체와 그 속에서의 우리 위치와 책임에 대해 사유할 시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비록 제한된 형식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치적 대리인들의 공과를 평가하고 우리 공동체가 나아갈 길을 결정하며, 또한 정치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해 검토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투표행위를 통해 우리는 무사유의 일상에서 한순간 벗어나 정치적 공동체 속의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공동체가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선거의 올바른 의미일 수 있다. 선거는 반성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자 가장 효과적이며 현실적인 공동행위이다. 선거를 통해, 기형이 되어버린 공동체와 개인이 다시 건강하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7월 26일은 국회의원보궐선거일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해 선거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후진성은 우리의 뿌리가 뻗어있는 토양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 영역 안에서만 변화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현재의 정치적 후진성을 ‘거대한 뿌리’가 흙을 감싸듯 긍정하고, 우리 각자가 그 속에서 어렵게 발견해야 할 작은 변화의 요소가 씨앗처럼 퍼지고 흩어지면, 우리의 정치 문화는 느리지만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의견과 꼭 맞는 후보자가 없다면, 차선이나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우회해서, 간접적으로, ‘주소가 잘못되어’ 늦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후에 더 강력하고 더욱 진실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경우와 같이 우리는 투표 행위를 통해 자기의 관심사에만 둘러싸인 개인의 일상적인 특징을 벗고 하나의 표로, 공동체를 책임지는 일원으로 ‘환원’된다. 선거는 일상의 흐름에 파묻힌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사유하는 정치적 존재로서의 자신의 의미를 밝게 드러내는 고귀한 순간인 것이다. 따라서 한 표는 단순히 하나라는 숫자로 한정될 수 없는 내밀한 무게를 담고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