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되는 한국 형사사법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입법권, 행정권 및 사법권 등 국가의 권력이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실현되어야 함은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사법권에 대하여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행사하거나 이를 통제·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 게다가 입법권이나 행정권과 달리 사법권의 행사주체인 판·검사는 투표로 선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이들의 신임 여부를 확인하는 법절차도 전무하다.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제도가 없다보니 기소권이나 재판권 등의 형사사법권이 국민의 뜻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행사되기도 한다. 최근 국민을 알권리를 위해 X파일의 진상을 공개한 기자가 불평등하게 기소된 사례도 그렇다. 언론인의 본분을 다한 기자는 기소되어 처벌될 형편이지만 실체인 삼성이나 검찰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말도 안되는 불공정한 기소권 행사라고 분개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불합리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버젓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민의(民意)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죄 지은 자를 가려내 유무죄를 심판하는 일은 직업법관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어 있다. 법조유착이나 전관예우 등의 고질적인 법조병폐도 국민의 감시나 통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온실 속에서 뿌리 깊게 고착화 되어 있다. 이래서야 한 나라의 형사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국민의 형사사법 참여는 세계 보편적 기준(Global standard)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선진외국은 물론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직접 형사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미법계의 나라에서는 일반시민들이 모여서 만장일치제로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결정한다. 미국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위 배심제(陪審制)이다. 직업법관은 재판의 사회자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유죄를 평결하면 형량을 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에 속하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직업법관과 시민들이 함께 유무죄도 결정하고, 형량도 정하는 참심제(參審制)로 재판을 한다. 시민들이 모두 무죄라고 판단하면 유죄가 될 수 없도록 직업법관보다 일반시민의 수가 더 많도록 재판부를 구성한다.
기소권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범죄의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기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도 이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검찰이 부당하게 불기소하는 경우에 피해를 입은 개인이 직접 법원에 기소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통상사건은 검사가 기소하지만 중대한 사건은 시민들이 모여서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대배심(Grand jury)라 부른다. 이 경우, 검사는 기소해야할 정당성을 시민들 앞에 나와 설명하게 되나 설득하지 못하면 기소는 불가능하다.
국민배제형 형사사법제도를 우리에게 이식한 일본조차도 2차대전 이후에 미국의 위 시민 기소제도를 수정해서 도입했다. 시민들이 모여 검찰의 기소권 행사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그 당부를 심사하는 소위 검찰심사회제도가 그것이다.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검찰의 불기소가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법원에 강제로 기소하게 된다. 한술 더 떠 일본은 시민들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재작년에 관련법도 이미 제정했다.
국민의 형사사법 참여로 법조병폐를 근절시키고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해야
각국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기소와 재판에의 다양한 형태의 국민참여는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길이자 형사사법권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법조 유착과 비리, 전관예우 등으로 병들어 온 한국사회에서는 고질적인 법조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최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시범실시 해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한(by the people) 민주적 형사사법제도가 이 땅에 확대되고 정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