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법조 브로커 김 홍수의 입이 염라대왕의 입으로 보이는 일부 법조인들이 있나 보다. 그가 입을 열었더니 이미 법조인 10여 명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법조 뇌물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권력을 가진 판사와 검사라는 공직자들이 그의 청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돈을 받은 사람도 있고, 선물을 받은 사람도 있고, 비싼 술대접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아직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서 소상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잊을 만 하면 법조 뇌물사건이 터지니 정말 짜증이 난다. 장마 보내기도 힘든데 열은 더 오른다. 법조 뇌물사건이 또 터지는 걸 보면, 법조 주변에는 브로커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양이다. 선비(요즘 말로는 공직자)는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는 것도 오해를 받는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워놓고도 또 실수(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더 두고 볼 일)를 저지른 법조인이 있으니 이런 사건이 생기는 법이다. 일부 법조인들이 부패불감증에 걸린 데서 비롯된 일이다. 청백리로 살아온 수많은 법조인들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법조 뇌물사건이 터졌다는 보도를 보고(언론은 이를 줄곧 ‘비리’라고 쓴다), 네이버닷컴의 ‘지식Q&A’로 들어가 ‘서울 법대’를 쳤다. 이 대학은 우리나라 법조인 상당수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 법대 출신에 이번 사건의 혐의를 둔 것은 결코 아니다.
첫 번째로 등록된 질문이 12살 난 소녀의 것이다. “꼭 검사가 되고 싶다.”라는 소망을 강조하는 글 말미에 “아빠, 엄마 호강시켜드리고 싶고, 가문에 제 이름을 꽝 걸 것입니다. 제가 죽으면 후손들이 제 얘기를 귀담아 주고, 또 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게요.” 참으로 무서운 생각이 든다. 12살 소녀가 ‘가문의 영광’을 꿈꾸고 있다.
서울 법대는 사실 그런 위력을 가진 대학이다. 최근 5년 간(2001~ 2005년) 사법시험 합격자를 낸 5대 대학 가운데서 서울 법대가 단연 으뜸이다. 합격자 수는 세상에서 말하는 SKY(서울대. 고대. 연대의 영문 머리글자)순서 그대로다. 서울 법대 1706명, 고대 830명, 연대 502명 그리고 한양대 286명, 성균관대 253명이다.
일류학교라면 의례 두 개의 흐름(민주사회에서는 버려야 할 것)이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정실주의(Nepotism)이고, 또 하나는 패거리주의(Cronyism)이다. 오직 서울법대에만 있는 폐풍은 아니나 서울법대가 심하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만나 함께 4년 간을 같은 대학에서 공부 하고, 다시 사법대학원에서 또 2년 간을 더 공부 하면서 법조 3륜을 구성한다. 한 사람은 판사가 되고, 또 한 사람은 검사가 되고, 또 누군가는 사정상 변호사를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모두 다 변호사가 된다.
그래서 이들의 세상 보는 눈은 비슷하다. 같은 유전인자를 타고 난 셈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일란성 세쌍둥이’이다. 일란성 세쌍둥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서울 법대이다. 6년 간이나 같은 건물 안에서 살고 또 스킨십을 나누다 보면 형제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들의 정의는 더욱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서로 권커니 잣커니 하는 사이, 비리의 늪에 빠져들 위험이 아주 높다. ‘서울법대 100년사(2004. 6월 발행)’에서 L회장(변호사)은 서울법대 정신을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며, 법대는 지난 100년 간 그 정신을 구현해 왔다고 썼다. 서울 법대, 이 나라의 민주화와 산업화의 공로자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이다.
그렇지만, 모든 서울 법대인들이 ‘정의’를 세웠는가. 한 때의 육법당(서울법대가 육사에 복속당해서 만든 민정당)이 요즘 부활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우리들의 후배 그리고 자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서 선인들의 진정한 삶을 평가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본받을 것은 본받게 하려는 충정이 이번 100년사를 발간한 소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 법대 출신 법조인들이 진심으로 삼독심(三毒心-탐.진.치)을 ‘버릴 때’야 비로소 우리 법조계는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서울 법대도 폐교된다고 한다. 서울대학 안에 법대 대신에 3년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긴다. 3년제 로스쿨이라고 이른바 정실주의나 패거리주의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다. 뇌물은 독이다. 법조계의 오늘이 너무 부끄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