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3 (월)

  • 맑음동두천 13.6℃
  • 맑음강릉 9.3℃
  • 맑음서울 13.6℃
  • 맑음대전 13.6℃
  • 맑음대구 10.9℃
  • 맑음울산 9.8℃
  • 맑음광주 14.2℃
  • 맑음부산 11.2℃
  • 맑음고창 8.1℃
  • 구름많음제주 13.7℃
  • 맑음강화 8.2℃
  • 맑음보은 11.7℃
  • 맑음금산 11.7℃
  • 맑음강진군 12.3℃
  • 맑음경주시 10.0℃
  • 맑음거제 11.3℃
기상청 제공

청문회 유감

이종태 한국교육연구소 소장

교육부총리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내정자 발표가 나기 전부터 언론과 정치인들의 심상찮은 논란이 있더니 발표 직후에는 마치 내정자가 부총리로 임명될 자격이 없음은 물론 임명되면 교육에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기사가 거의 모든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니 교육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결말은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났다. 별다른 쟁점이 없었음은 물론 무딘 송곳을 가지고 억지로 흠집을 내려는 의원들의 노력에 쓴웃음이 나오는 청문회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말 잘하는 의원 십수 명, 그것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덤비는 대수의 상대방을 향하여 거의 하루 종일 비슷한 말을 반복하면서 방어해야 했던 내정자의 처지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의원들은 청문회가 끝나면서 각자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내었다고 한다. 대체로 여당 의원들은 적격이고 야당 의원들은 부적격. 물론 이들의 판단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저지할 힘은 없다고 한하지만 부적격 의견이 많을 경우 이를 거슬러 임명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엔 여당 의원 수가 많은 덕분에 임명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청문회를 보면서 왜 이러한 소모적 행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도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우선 제도의 취지대로 내정자가 임명직에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가졌는지 검증한다는 점을 따져보자. 과연 작금에 치렀던 인사청문회들이 대상자가 향후 감당해야 할 직무에 비추어 얼마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지니고 있는지 ‘검증’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검증 기능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많은 시간과 말 속에서 청문회 대상자의 여러 면모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 대 효과를 볼 때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검증을 하고자 하는 의원들의 일반적인 태도는 민망할 따름이다. 마치 어린아이를 놀리듯, 내가 설정한 기준에 맞으면 적격이고 맞지 않으면 부적격이라고 엄포를 놓고는, 내정자가 도저히 긍정하기 어려운 자기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어제의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내정자를 ‘부적격 인사’라고 전제한 후 질문 공세를 펼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한 의원은 사학법 개정에 대한 소신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여기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적격이라고 몰아부쳤다. 여당 의원들의 발언도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발언의 많은 부분은 내정자의 검증보다는 내정자에 대한 질문을 정치적 사안에 대한 상호 공방 수단으로 삼기도 하였다.
청문회 과정은 전국민에게 생중계된다. 이 비용도 적지 않다. 그러나 관계자들 외에 이것을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정작 청문회에 대하여 가장 심각한 회의를 품게 만드는 것은 청문회 쓰나미가 쓸고 간 뒤의 풍경이다. 아마도 의원들은 하루 행사를 무사히 치렀고 장차 지역 유권자들에게 홍보할 자료들을 많이 만들었다는 만족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정자는 어떤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심신은 지칠대로 지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되는 것은 내정자를 바라보는 국민, 구체적으로는 교사나 학부모, 심지어 학생들의 마음속에 형성되었을지도 모를 부정적 인식이다. 의원들의 질문 속에 포함된, 한껏 과장되고 곡해의 여지가 있도록 포장된 내정자의 행적과 여러 이미지들은 별 정보 없이 화면에 눈을 주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사실과 진실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병무청의 사무착오로 된 잘못된 기록이 내정자의 의도적 조작으로 읽힐 수도 있고, 자녀를 외고에 보낸 것 자체가 매우 잘못된 행위로 회자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하나의 평범한 사람이 쌓아온 자연스러운 행동들을 국민들의 눈에 범의가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교육부의 수장으로서 취하는 정책 결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청문회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청문회 제도의 취지는 좋은 것이다. 어찌하면 이 좋은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청문회가 가능할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