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여성들이 모이면 우스개 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다. “60대의 남편은 아내의 바지단에 붙은 젖은 낙엽이라고...” 한마디로 한창 잘나가는 젊은 시절에는 가정에 소홀하던 남편이 환갑이 넘으면 아내에게 딱 달라붙어 잘 안 떨어진다는 것을 풍자하는 표현으로, 부부간 권력관계의 연령별 변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전체 기혼가구의 38.4%가 맞벌이 가정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맞벌이 가정의 가사분담 형태를 분석해 보면 가사와 육아를 부인이 주로 전담하는 이른바 '현대판 가부장형'은 33.6%, 남편과 부인이 반반씩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민주형'은 4.2%, 그리고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한다는 소위 '여왕형'은 0.6%라고 한다. 즉, 남편과 아내가 함께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도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비율이 맞벌이 가정의 87%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한 ?200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나타난 평균 생활시간 분석에서도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맞벌이 부부가 ‘가정관리’ 및 ‘가족 보살피기’의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남성은 32분, 여성은 3시간 28분으로 일하는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이 남편보다 무려 3시간 정도나 더 길다고 한다.
이들 두 자료만 봐도 왜 취업한 기혼여성들이 직장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하는지, 그리고 미혼의 취업여성들이 왜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하는지 짐작이 된다. 또한 남편이 60대가 되어 사회활동을 접는 나이가 되면 왜 아내의 바지단에 붙은 젖은 낙엽 신세로 풍자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젊었을 때 설거지도 하고 자녀도 함께 돌보면서 남편으로서의 점수를 많이 벌어 놓았더라면 나이들어 젖은 낙엽으로 괄세받는 처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 젊은 여성들이 '결혼은 선택, 취업은 필수'라고 하면서까지 평생취업에 대한 강한 욕구를 보이는 추세에 미루어 볼 때 맞벌이가정의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사와 육아는 아내의 고유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남편의 가사일 참여는 아내에 대한 특별한 배려 내지 도움을 베푸는 특혜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아내들도 대부분 그러한 생각에 젖어있기 때문에 어쩌다 남편이 가사일에 참여하면 꼭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게 된다.
가사일이란 무엇인가? 청소하고 빨래하고 식사준비하고 설거지 하는 일은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족원 모두의 기본적 의식주와 관련된 것이므로 분명 가족원 모두의 공동역할이 되어야 한다. 물론 가족원 중 주로 가정에 머무르는 사람(전업주부)이 가사일을 많이 할 수는 있으나, 가족원 모두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가사일도 서로 나누어서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맞벌이가정의 대부분이 아직도 '현대판 가부장형'이라는 것은 가정내 역할분담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계출산율 1.08이라는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초래된 것의 원인에는 이러한 '가부장형 가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성들의 결혼기피 내지 출산기피가 중요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남편들이 나이들어 젖은 낙엽 신세가 되는 것을 막고 출산율도 제고하려면 가정 내의 역할분담체계가 공동참여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가족구성원의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가사일은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원 모두가 함께 하는 것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대부분 전담해 왔던 자녀와 노인에 대한 보살핌(돌봄노동)의 상당부분은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함께 보육시설의 확충 및 공적 노인요양제도의 도입으로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흡수하는 방향으로 전환됨으로써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