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법가 ‘한비자’는 이윤만을 찾아 떠도는상인들을 ‘좀벌레’에 비유한 바 있지만,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기업인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얼마전의 일이다. 한 중소기업지원기관이 관내 우수중소기업들에게 사기를 불어 넣어준다며 중소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상장을 수여했다. 시상식이 열린 단상에서는 상장을 받는 기업인들이 함박 웃음을 지었다.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줄곧 단상에서 흘렀다. 하지만 그 뒤로는 사정이 달랐다.
시상식을 바라보던 한 기업인은 “요즘 기업하기 정말 어렵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마디로 “일할 맛이 안난다”는 것이다. 신명나게 일해 보고 싶다는 깊은 갈증의 표현으로 보였다. 무엇이 이 기업인의 어깨를 짓 누르고 주눅들게 하고 있을까. 또다른 기업인이 생뚱맞게 말을 되받았다. “우리가 그렇게 몹쓸 사람들인가요?” 어안이 벙벙하던 차에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정치권의 각종 의혹제기로 촉발되는 반기업 정서는 무차별적인 기업인 공격으로 이어진단다.
재계가 정부와 사회의 ‘공적’이 되다시피하면서 기업인들은 위축될 대로 위축됐고 투자 경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넋두리했다.
잔매도 쌓이면 골병 든다고 했다. 재계가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폭로나 의혹제기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여차하면 ‘여론재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기업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할 경우 사회 전반에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2천43명을 대상으로 ‘2006년 상반기 기업 호감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호감지수(CFI)는 48.7점(100점 만점)으로 보통 수준인 50점을 밑돌았다. 첫 조사 시점인 2003년 12월 38.2점, 지난해 11월 48.5점에 비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임을 알수 있다.
지난 5월 본보 주최로 좌담회가 열렸다. ‘경기도 지식기반경제 경쟁력 이렇게 키우자’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였다. 경기도 지식기반경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면서 좌담회가 무르익나 싶더니 한 기업인이 “정부나 국민들이 기업하는 사람들을 아주 몹쓸사람으로 치부한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그는 “기업하는 사람들을 국가 근간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유가 환율 금리 등 기업을 둘러싼 경제 환경 중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게 없다. 하지만 재계가 요즘 느끼는 불안의 본질은 ‘경제 변수’가 아니라 ‘정치 사회 변수’다.
“뛸 사람은 뛰고 걸을 사람은 걸어라. 뛰거나 걸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대로 앉아 쉬어도 좋다. 다만 뛰려는 사람, 걸으려는 사람의 뒷다리만 잡아당기지 마라. 그래야 가만히 있어도 뛰는 사람 덕에, 걷는 사람 덕에 발전해서 먹고 산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인사 철학에 관한 글이다.
“기업하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어내는 정치 사회적 풍토가 아쉽다”고, “‘발목잡기’야말로 한국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고 기업인들은 탄식하고 있다. 요즘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인력팀이 이 같은 기업인들의 의식을 반영, 기업인들에게 기(氣)를 불어넣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센터 인력 팀이 성공한 CEO들을 대학 강단에 모시고 있다. 섭외를 받은 CEO들은 하나같이 “내가 뭐 자랑할게 있어야지…”하면서 손사레를 친단다.
하지만 강단에 선 CEO들은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강의를 하다 보니 학생 때 패기 있는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CEO는 강연에서 “수많은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늘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깨알같은 글씨로 노트에 열심히 필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내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고유가, 원화가치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리경제가 ‘신(新) 3고’ 복병을 만나 휘청거릴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매우 높은 지금 기업과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순항 할 수 있는 세심한 사회적 배려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고임금에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탈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기업경영의 정치 사회적 변수로 인한 해외탈출 즉 ‘엑소더스(exodus)’는 없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