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지난 1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기념식은 아주 쓸쓸했던 모양이다. 지난 해 창당 2주년 행사 때도 ‘반성과 사과 그리고 우리의 다짐’이라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바가 있다. 올해도 물론 반성했다. 그러나 ‘정치 실험’으로 출발한 이 집권당은 곧 간판을 내릴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집권당은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왔다. 헌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어서 집권당 몰락은 당연하다.
현행 헌법은 지난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를 통해 9번째로 개정된 것이다. 당시 6.10민주화운동의 개헌 압박에 직면한 신군부는 세 지방을 장악하고 있던 3김씨와의 합의 아래 대통령의 선출 방식을 국민의 직접 선거로 바꾸는 한편, 임기를 5년 단임으로 정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대통령 중심제 헌법치고 5년 단임제는 없다. 3김씨가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야욕의 발로였다. 이런 경우, 정당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집권당은 곧 대통령의 순장 감이다.
87년 개헌(흔히 87체제라 부름) 이후 20년 동안 여야 권력 교체는 단 한번뿐이었지만 집권당은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무려 7번이나 바뀌었다. 이렇듯 87체제는 민주주의 핵심인 정당 역할의 축소와 정당의 지속 가능성 봉쇄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안고 있다.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역할이 끝나면 그 정당은 사실상 힘을 잃고 마침내는 소멸하고 만다. 이 헌법은 또 다른 큰 불씨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고작 2년 반)을 돌아서기가 바쁘게 집권당과 권력 마찰을 빚는다는 점이다. 노 태우와 김 영삼의 갈등, 김 영삼과 이 회창의 갈등, 김 대중의 조기 탈당 그리고 노 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구 주류와의 갈등으로 인해 새로운 집권당을 만들었지만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충돌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 헌정 체제와 제도의 최대 피해자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기억과 전망 06 가을호, 박 명림). 그는 이 논문에서 “차기 정권을 구성하는 선거에서 현 대통령 및 대통령 소속 정당의 책임을 거의 물을 수 없는 현재의 헌법 질서와 선거 제도는 대통령 책임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 무책임제로, 대통령 무책임제가 아니라 정당 무책임제로 명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87체제 도입 이후 대선은 특정 정당의 업적과 노선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단지 후보에 대한 선호 투표였다. 정당 투표 대신에 후보 투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 임기 중의 모든 선거는 정당 투표를 한다. 노태우 이후 모든 대통령이 재임 중의 선거에서 실패했던 것은 다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창당 3년 만에 간판을 내리겠다는 주장은 그래서 당연하다는 것이다. 인기가 높다면야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바닥을 기는 형편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창당이야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 이후의 일이지만 어차피 없어질 당이라면 미리 간판을 떼고 그 주도 세력이 새롭게 태어나서 새로운 당을 만들고 거기서 대선 후보를 뽑아 내년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87체제 이후 노 태우에서 노 무현까지 네 번의 대선을 경험한 학습효과인 셈이다. 다만, 새 정당에 노 무현 대통령이 끼어들겠다는 것은 문제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저하 원인은 노대통령이 제공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지난날 퇴임한 대통령은 당적을 가진 적이 없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정상에 오른 정치인의 욕심이라고나 할 가, 아니면 또 다른 정치 발전의 모습이라고 봐야 할 가.
정치인들은 87체제의 문제를 다들 잘 알고 있다. 헌법 개정 또는 헌법 개혁 문제가 곧 터져 나올 것이다. 임 채정 국회의장은 취임 제1성으로 개헌 문제를 꺼냈다. 정기 국회가 끝나면 열린우리당이 일단 이 문제를 야당에게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대통령도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마무리를 짓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헌법 손질은 불가능하다. 어느 당이든 집권당이 대통령의 순장 감을 벗어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 헌법 자주 고친다고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 헌법도 변해야 한다. 독일은 51번이나 헌법을 고친 적이 있는 선진국이다. 이제는 개헌을 이야기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