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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과 데비’ 재즈를 연주하다

두 주인공의 짧은 대화로 이어진 ‘삶과 죽음’에 대한 감성적 소설

 

‘그 다음에는요? 데비가 말했다. 다음에, 다음에는, 시몽이 말했다. 그럼 문제가 아주 심각해지나요? 데비가 말했다. 심각이라, 심각, 아니요. 시몽이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데비가 말했다. 그래요, 그래요, 시몽이 말했다. 아, 그래요. 데비가 말했다. 네, 그래요. 시몽이 말했다. 아, 그래요. 데비가 다시 말했다. 네, 그래요. 시몽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데비는 아, 그래요를. 시몽은 네, 그래요를.’-111p.


짧은 문장이 끊길 듯 그러나, 이어진다.
같은 의미의 단어를 주고받지만 그 뜻은 변한다.
마치 재즈피아니스트가 순간의 감정에 따라 변주하고 있는 듯 하다.
‘재즈클럽’의 문장은 단순한 듯 하지만 복잡하다.
주인공들의 짧게 반복되는 대화를 통해 섬세하고도 복잡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재즈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장르가 가진 특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단어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듯 말이다.
‘재즈’가 이 장편소설의 주제는 아니다.
소설에서 재즈는 주인공이 외면하려 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다.
주인공 시몽 나르디는 담배연기로 뿌연 재즈바에서 그 분위기를 덥히는 피아니스트로 살다가 재즈를 포기했다. 이제는 공간을 따뜻하게 만드는 보일러 기술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몽의 친구인 화자는 그가 재즈를 외면하게 된 이유를 조금씩 설명해나간다. 그가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된 그 우연과 숙명이 교차하던 밤을 그리면서 부터다. 시몽은 위급한 보일러 고장수리를 위해 바다내음이 불어오는 작은 마을로 간다.
아내인 쉬잔과 그의 ‘재즈없는’ 일상으로 데려다 줄 파리행 기차를 놓친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며 들른 재즈클럽에서 그는 피아노 한 대를 보게되고, 데비를 만난다. 검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다시 음악가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아내에게 전화해야해.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되뇌이지만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은 허공에 뜬 메아리 같다.
예정된 기차 시간과 다시 등장한 시몽의 열정적인 삶.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데비와 그 시각 남편을 마중나오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쉬잔. ‘재즈클럽’에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두 주제를 반복되는 문장 사용과 시몽과 데비의 리듬감 있는 대화를 통해 재즈를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낯선 호흡법에 익숙해질즈음 찾아오는 주제에 대한 고민은 깊어진다. 깊은 밤 조용한 재즈 음악 한 곡과 함께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삶을 들여다보자. 주인공처럼 외면했던 그러나 거부할 수 없었던 ‘재즈’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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