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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스 실’ 판매 저조
‘메말라가는 情’ 씁쓸

유 양 희 <사회부 기자>

되돌아온다. 10장이 보내지면 3장은 되돌아온다. 사람들이 편지를 쓰지 않기 때문이란다. 필요가 없어진 물건을 돈 내고 사라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 소리란다. 과연 그럴까. 대한 결핵협회 경기지부 사무실. 넓지도 않은 사무실 한켠에는 겉봉조차 채 뜯어보지 않은 ‘소박맞은’ 크리스마스 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반송된 것들이다. 겨우내내 하루 평균 1만부에서 2만부가 매일 사무실로 되돌아온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실은 으레 ‘천덕꾸러기’ 아이템으로 사회면을 장식한다. 쓸모가 없어진 씰을 강매하는 학교와 결핵협회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고, 그래서 요즘 시대에 좀 더 ‘쓸모 있는’ 모양새로 크리스마스 씰이 변신해야 한다는 대안도 똑같이 제기되곤 한다.
시대를 따라간답시고 모바일 씰도 전자우편 씰도 등장했고, 머그잔·티셔츠도 등장했지만 반송되는 크리스마스 실 못지않게 결과는 ‘별로’다.
크리스마스 실은 결핵이 유럽 전역을 휩쓸 때인 1904년 말,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 직원이었던 ‘아이날 홀벨’에 의해 처음 고안됐다. 연말에 쌓이는 많은 우편물에 작은 정성의 씰을 붙이도록 해, 판매금액으로 결핵기금을 마련하자는 발상에서 등장한 것이다.
서서히 전세계로 퍼지면서 우리나라에는 1932년, 캐나다 선교의사인 ‘셔우드 홀’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실을 들여왔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실 모금운동은 단순히 ‘필요에 의한’ 우표딱지가 아니라 사랑과 나눔의 실천운동으로 전세계가 지금까지도 공통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징적 행사다.
실이 팔리지 않는 것은 단순한 필요에 의한 ‘공급과 수요’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모금운동, 그리고 이웃사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날로 메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박한 꿈을 품고 시집갔다 소박맞고 돌아온 새댁처럼, 알록달록한 올 해 크리스마스 실의 모양새가 더욱 처량맞다. 첫날밤도 치루지 못한 새색시의 사랑, 싹 한번 틔어보지 못한 우리네의 온정 같아 마냥 마음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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