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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식 ‘오래된 정원’

 

임상수 감독은 ‘오래된 정원’이 ‘그때 그 사람들’(1970년대), ‘바람난 가족’(1990년대)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라 했다. 황석영 원작의 이 영화를 통해 1980년대를 관통하겠다는 뜻이었다. ‘바람난 가족’과는 황정민의 배역 이름이었던 영작이라는 인물을 ‘오래된 정원’에도 등장시키면서 연결고리를 찾는다.
사랑하는 것조차 죄처럼 느껴졌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픈 시대에서 피어난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소설 ‘오래된 정원’은 임상수 감독의 특별한 시선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했다. 임 감독 특유의 냉소와 함께 결국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지키는 힘은 민초들이라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시대가 아파 사랑조차 아팠던 소설의 주요 흐름과 달리 영화는 한윤희라는 평범한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 숨가쁘게 보여준다. 빠른 장면 전환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군데만 몰입할 수 없게 만들지만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시대를 감지하게 한다.
17년의 세월을 과거와 현재의 쉼없는 교차로 보여주면서 임 감독은 1980년대 그들에겐 미래, 즉 현재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문어체식 표현으로 학습을 하는 운동권의 모습, 5ㆍ18 광주민주항쟁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 수혜품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위를 주도하고 감옥에 갈 이를 정하는 군부 독재치하의 운동권 독재. 1980년대 운동권의 모습에서 2000년대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 사회주의자 아들이 출소하자 300만 원이 넘는 옷을 사는 어머니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사랑하는 남자는 무기수가 되고 아끼던 후배는 분신자살한 후 그나마 옆에 있는 후배 영작에게 한윤희가 “누가 뭐라 하든 네 길을 찾으라”라 한 후 툭 내뱉는 영작의 말.
“우리, 현우 형 꺼낼까요?” (“어떻게?”)  “전두환 죽여버리죠.”
이 장면 후 임 감독은 윤희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오래된 정원’과 ‘바람난 가족’이 동일선상에 놓여있음을 드러낸다. “영작이, 쟤요. 나중에 인권변호사가 됐대요. 어디에도 출마한다나”라면서. 윤희는 그 말을 카메라 정면, 즉 관객을 보고 한다.
소설과 영화의 맛이 꽤 다르다. 소설이 윤희의 가족사를 통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시대의 아픔을 연애담으로 풀어내 낭만적인 느낌을 담아냈다면, 영상으로 펼쳐내는 영화는 보다 직설적이다. 이 직설적 표현이 불편한 관객도 있을 터.
오현우와 한윤희가 사랑을 나누었던 갈뫼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영화에서 덜한 것은 소설을 읽은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대목. 두 권짜리 소설을 압축하는 한편 임 감독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소설이 갖고 있던 잔잔한 숨결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것 또한 못내 섭섭하다.
그럼에도 ‘바람난 가족’과 ‘그때 그 사람들’보다 훨씬 덜 공격적인 영상을 택하면서도 할 말을 다 하고자 하는 임 감독의 예리한 감각은 결코 가려지지 않는다.
염정아와 지진희의 연기는 물이 가득차 올랐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둘은 적절한 연기 수위로 관객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1월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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