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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잊어도…아빠, 우리가 있잖아요”

3년전 출동 나갔다 취객 습격받고 중상…당시엔 영웅대접
긴 투병에 위로발길·관심 뚝…병원선 퇴원종용 설상가상

 

황춘금씨가 아들 연호(좌)와 딸 혜리를 안는 순간 아이들은 아빠가 병석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장 경장은 경찰시절 아내에게 큰 자랑을 했습니다. “내가 무슨일을 하는지 알아? 내가 아니면 수원의 치안은 끝나는거야.” 이런 장 경장의 말들은 아내 황씨에겐 때론 바보스럽게도 들렸지만, 그저 ‘즐겁고 보람찬 일을 하는구나’라고 아내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안전을 목숨처럼 여기며 근무하던 공복이 3년째 투병중입니다. 가족들은 이렇게 잊혀져 가는 아빠가 안타깝습니다.
장씨의 투병은 서울보훈병원에서만 7개월째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보훈병원도 곧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또다른 공복들이 입원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게 지난 2일 퇴원을 종용하던 병원측은 황씨의 어려움을 감안, 내년 3월로 퇴원을 연기시켜 주었습니다. 한겨울, 발 동동구르며 집 구하러 다녀야하는 수고는 덜었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장 경장의 ‘퇴원’ 걱정은 일단 뒤로 미뤄뒀습니다. 현재 살고있는 21평 아파트는 장 경장이 퇴원해서 가족들과 살기에는 너무 비좁습니다. 직장을 다니느라 가사일을 돌보지 못해 집도 엉망입니다. 이런 현실이 연호와 혜리에게 항상 미안할 따름입니다.
서울보훈병원 5218호. 연호, 혜리는 25일 아빠를 찾았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가 익숙합니다. 그래서인지 누워만 있는 아빠를 따르지 않습니다. 아빠에 매달려 응석도 부리고 싶고, 호빵맨이 더 잘싸운다며 아빠랑 다투기도 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연호와 혜리의 아빠는 이제 겨우 팔을 약간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누워있는 시간만큼 아빠를 빼앗긴 아이들…. 그 아픔에 대한 면죄부는 아빠가 빨리 일어나서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갚아야 할 몫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황씨는 또다른 근심에 잠깁니다. 아빠의 정을 못받은 아이들이 혹시나 잘못 되진 않을까. 요즘들어 자주 배가 아프다며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혜리는 이제 응석쟁이가 다됐습니다. 연호는 어른들에 대한 경계가 갈수록 늘어납니다. 하지만 나무란다고 고쳐지는 일도 아닌걸 엄마는 압니다.
아빠가 퇴원해도 문제입니다. 집에 누워만 있는 아빠를 커가는 아이들이 곱게 봐 줄리가 만무합니다. 그 곱지 않은 시선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세상을 봐라보는 눈이 되진 않을까. 걱정 또 걱정입니다.
퇴원한 아빠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폐렴증세를 보이며 급하게 응급실로 실려간 생각을 하면 또한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고열과 경기 등의 증세는 1달동안이나 장 경장 부부를 괴롭혔습니다. 그때 황씨는 세상을 다시 봤다고 합니다.
황씨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아빠 때문에 울고, 아빠 때문에 산다고 말합니다. 또 아이들 걱정에 눈물흘리고 아이들이 웃는 모습에 같이 웃을 수 있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황순금씨의 연말은 더 힘겹습니다.
/강병호기자 kbh@kgnews.co.kr


▲장용석 경장 사고=장 경장은 지난 2004년6월2일 수원중부경찰서 서호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모 식장에서 영업에 방해를 받고 있으니 출동해 달라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취객의 주먹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2차례의 수술을 거쳤지만 여전히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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