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겨울 찬 기운을 뚫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을을 둘러싼 국내 최대 잣나무숲 축령산에서부터 퍼져오는 향이다. 경기도 지정 슬로푸드 마을인 영양잣 마을(가평군 상면 행현1리)은 50~60여개의 잣 농가가 밀집해있어 국내 대표 잣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슬로푸드 마을로 지정된 이후 가평축령산잣 영농조합(대표이사 이수근)은 2005년 봄부터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가평의 자랑인 잣을 이용한 체험이 인기다. 다른 시골에서는 할 수도, 볼 수도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고소한 맛까지 금상첨화다.
영양 잣 마을에는 가평에서도 가장 많은 잣 농가가 몰려있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서는 찾기 어려운 잣 가공공장이 있다.
2004년 슬로푸드 마을로 지정된 이후 지원금과 자비를 털어 2층 한옥집을 지었다. 1층에는 잣 공장과 사무실, 2층에는 체험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구성했다.
체험 프로그램의 제 1코스는 바로 이 공장을 견학하는 것이다.
이 공장에서는 축령산 기슭에서 채취한 자연 건강식품 잣을 하루 최대 1천400여캔과 950kg의 피잣, 198kg의 실백을 생산하고 있다. 진공 포장기를 비롯해 14종의 장비가 갖춰져 있다.
크기가 제각각인 잣은 커다란 기계 안에서 돌고 돌아 그 크기대로 분류된다. 나누어진 잣은 껍질을 벗고 불과 바람의 공간을 통과해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기름진 잣으로 재탄생한다. 쓰레기로만 보이던 잣 껍질도 연료로 재활용된다.
주민이 직접 잣 가공 단계를 보여주면서 관련 지식을 설명하고, 껍질 재활용 이유를 밝히는 등 환경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잣의 고소함에 빠진 학생들은 2층에 올라가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한다.
공장에서 눈으로만 감상한 잣을 손과 발, 도구를 이용해 껍질을 깐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잣으로 잣칼국수, 잣수제비, 잣파이 , 잣주먹밥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보기좋은 음식을 조그마한 입에 가득 넣으면 오전 체험 코스가 마무리된다.
오후에는 부른 배를 가라앉히고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웰빙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마을을 둘러싼 축령산의 우거진 잣나무숲을 오르며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다.
산에서 직접 잣을 따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오전 내 들었던 잣 이야기가 생생하게 각인된다. 또 푸른 숲 사이로 많은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생태교육현장으로도 효과만점이다. 봄이면 들꽃축제를 하는 연인산과 가을이면 비가림포도로 유명한 운악산도 마을과 인접해 있다. 크고 작은 산들 사이에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시원한 계곡이 구비구비 흐른다.
자연이 함께하는, 그래서 진정한 ‘웰빙’이 이뤄지는 마을인 것이다. 문의 및 예약)031-585-6969
인터뷰-이·수·근 가평축령산잣 영농조합장
“농촌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이 곳에 자리잡은 다음 세대에게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형의 자산을 위해 유형의 투자를 하고 있는 거죠”
가평 영양 잣 마을의 가평축령산잣 이수근(46·사진) 영농조합장의 설명이다.
현재 영양 잣 마을은 농촌생태체험마을의 대부분이 마을 이장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마을 내 영농조합이 꾸려나가고 있다.
영농조합장인 이 씨는 2004년 슬로푸드 마을 지정부터 체험장을 짓고, 지금까지 운영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도 지원금으로는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죠. 중도에 포기하는 마을들도 많아요.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진행했죠.”
체험장을 완공하는데 소요된 투자 금액이 3억 5천여 만원. 도 지원금 1억 2천만원으로는 꿈도 못 꿀 체험장이었다. 하지만 이 조합장은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감으로써 많은 체험객을 마을로 유입할 수 있고,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단행했다.
“물론 지금도 체험객이 참가료로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마을과 잣을 직접 알게되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죠. 다시 우리 마을을 찾으면서 마을 전체 주민이 민박과 잣 판매 등 조금씩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잣 요리 만들기 체험에 들어가는 원재료값만 따져도 수익이 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인들의 농촌 유입현상을 가져오는 등 장기적 안목에서는 마을 살리기의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봄·가을 성수기에는 하루에 500~600백여 명의 어린이 관람객과 시민단체 등이 이곳을 찾고 있다. 입소문과 인터넷, 전단지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가족단위의 소규모 체험객의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 조합장은 2007년 프로그램 확대와 체험객을 위한 휴게시설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리 마을은 타 지역과 차별화한 잣 프로그램이 있고, 곧 축령산에서 숲체험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입니다. 분명 체험객 수가 늘어날 것입니다. 단체 관람객을 위해 대형 민박을 만들고 계절에 상관없는 프로그램 확충해야죠. 고소한 우리 마을 놀러 오세요”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