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자코뱅’
시 엘 아르 제임스 지음
필맥 출판/588쪽, 1만6천원.
18세기 아이티공화국의 노예 혁명가 ‘블랙 자코뱅’ 이야기
‘블랙 자코뱅’은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혁명인 아이티혁명을 이끈 투생 루베르튀르(1743~1803)의 별명이다.
세계 최초의 흑인공화국이자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둑립국가인 아이티공화국을 세운 아이티혁명에 대한 역사물이다.
이 책은 작가 스스로 흑인 운동가로 활동했던 전력을 녹여 오랜 기간 노예생활을 했던 흑인들에게 정체성과 자존을 일깨우기 위해 쓴 책이다.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삼아 부를 축적하고 지배자로 군림하던 잘못된 역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도 아프리카 대륙에는 많은 흑인들이 자본의 노예로 생활하며 그들이 누려야할 인권을 짓밟힌 채 살아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원리 속에서 타의에 의해 그들의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아프리카 노예들에게 정체성을 강조하는 책이기도 하다.
책의 배경은 제국주의 시대인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티로 끌려온 수백만명의 흑인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대접을 받으며 부당한 노동에 시달리고 인권을 유린 당한다.
그래서 이들은 짐승들의 대우에 걸 맞게 ‘우리’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바람이 가득찬 풍선을 누르면 터져버리 듯 인권을 유린당한 아이티 흑인들은 이제 막 터져버릴 시기에 도달했다. 때마침 1789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왕이 단두대의 칼날에 목이 잘리는 역사적인 프랑스 혁명 소식이 전해졌다. 세상의 변화는 자신들 스스로의 행동으로 가능하다는 의식적 자극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인 1791년, 프랑스령 산도밍고의 노예들이 드디어 폭동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떨쳐 일어났다.
흑인들은 그들이 백인들로부터 당했던 박해를 앙갚음 하듯 3년여 간 백인들을 약탈하고 강간하는 등 무법 천지를 만들었다.
복수전을 3년간 묵묵히 지켜보던 투생 루베르튀르는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혁명에 가담하기로 결심한다.
다른 노예들과 달리 기초적인 읽기, 쓰기 능력을 겸비했던 투생 루베르튀르는 문맹을 면해서인 지 카이사르의 전쟁 기록을 알았으며 유럽 열강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노예들의 분노를 자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그는 탁월한 지도력과 전략으로 반란 노예들을 사상적으로 무장시켰다.
억압에 억눌렸던 노예들은 사상적 무장을 거치면서 천하무적의 위용을 자하며 스페인군, 영국군, 프랑스군의 침략을 잇달아 막아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기를 정리한 나폴레옹의 군대가 산도밍고에 상륙해 투생 루베르튀르를 프랑스로 압송하기까지, 그는 혁명에 성공한 최초의 노예 지도자였다. 그는 프랑스의 감옥에서 사망했지만, 그의 후계자 데살린은 1804년 산도밍고를 아이티공화국으로 이름짓고 독립을 선언한다.
투생 루베르튀르만큼 흥미로운 건 저자 제임스의 삶이다. 묻혀있던 아이티혁명의 의미와 투생 루베르튀르의 극적인 삶을 되살린 건 온전히 1938년 출간된 ‘블랙 자코뱅’의 공이었다.
아이티의 오늘은 어떤가. 흑인들의 열정으로 최초의 독립공화국이었던 아이티는 조상들의 정체성과 자존이 무색할 정도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블랙 자코뱅은 일견 아이티의 현 상황에 자극을 주는 책일 수 도 있다.
그들의 조상이 꿈과 희망, 열정을 가지고 자본의 지배에 저항했던 것처럼 오늘 날 그들의 과거를 되짚어 보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흑인 운동가로 혁명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들의 조상 투생 루베르튀르가 인권을 말살하는 새로운 형태의 억압에 어떻게 저항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지 선구자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연기자 syyoon@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