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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열 네번째 상상 ‘숨’ 26일 개봉

남편의 외도로 실의에 빠진 여자… 그 여자가 사랑하게 된 사형수

“증오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용서는 내쉬는 숨이다. 미움이 내쉬는 숨이라면 이해는 들이마시는 숨이다. 질투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사랑은 내쉬는 숨이다. 이렇게 숨쉬다 보면 결국 물과 기름도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숨이 막힐 때까지 증오하고 용서하고 미워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김기덕)

김기덕 감독의 열 네번째 상상 ‘숨’이 오는 26일 개봉한다.

지난 해 영화 ‘시간’ 개봉과 함께 화제와 파문을 동시에 일으켰던 김기덕 감독은 ‘시간’의 3만 관객 또한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며, 2007년 ‘숨’과 함께 관객 곁으로 돌아왔다. 영화 ‘숨’은 세계적인 스타 장첸의 죽음을 목전에 둔 사형수 연기와 역시 감독의 전작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출연했던 지아의 대담한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와 남편의 외도로 실의에 빠진 한 여자의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숨’은 가족을 죽인 혐의로 사형을 앞둔 죄수(장첸 분)와 남편(하정우 분)의 외도로 사랑의 방향점을 잃은 한 여인(박지아 분)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사형을 앞두고 자해를 일삼는 죄수의 뉴스를 접한 여인은 남편의 차에서 낯선 여인의 머리핀이 발견되자 무작정 죄수를 찾아간다.

감옥에서 말을 잃고 죽음을 기다리던 죄수는 뜻밖에 찾아온 면회객이 낯설다. 하지만 때마다 면회실에 사계절 그림을 붙이고 그에게는 올 수 없는 시간을 보여주는 그녀에게 죄수는 점차 사랑을 느낀다. 그녀 또한 그에게 고해성사를 하듯이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으면서 둘 만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Step.1 들이마시는 숨을 막고자 하는 남자, 사형수 장진.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 희망의 흔적조차, 행복의 기억조차 없는 시간을 견디던 그는 남아있는 숨조차, 기다림조차 고통스러워 끝내고만 싶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장진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한다. 죽음을 앞당기려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소리만 잃은 채 다시 교도소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를 사랑하는 어린 죄수. 하지만 장진에게 이 생에 남아있는 미련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 그녀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짧은 숨을 그녀와 나누고 싶어진다.

사형수 장진의 캐릭터는 장첸이라는 배우를 만나게 되면서 사형수라는 단순한 설정을 넘어서서 증오와 고통으로 가득 찬 한 인간의 내면을 애절하게 풀어내며 완벽하게 완성됐다. 증오와 사랑, 죽음과 삶, 음과 양의 의미를 들숨과 날숨으로 표현하는 이 영화는 숨으로 이어진 인물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tep.2 막혀오는 숨을 내쉬고 싶은 여자, 연.

“매일 내쉬고 있는 이 숨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무엇을 위해 사는 지도, 무엇을 향해 가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를 만났다. 그로 인해 지금 내 안에 가득한 이 숨이 비로소 내 것이란 느낌이 든다.”

장첸과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히로인으로 떠오른 지아의 발견도 반갑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사형수 장진을 우연히 만나 연민과 사랑으로 그의 고통스런 삶의 구원자가 되어줌과 동시에 자신의 삶 또한 구원을 얻게 되는 연을 연기했다. 연은 장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사계절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는다. 죽음 외에는 가진 것이 없던 장진에게 삶의 온기를 다시 불어 넣어주는 연. 계속되는 만남을 통해 둘은 단순한 욕망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절제된 감정선을 유지하며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펼침과 동시에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주변의 공기를 휘어잡는 지아의 매력적인 연기는 영화 속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숨’은 상처 받은 영혼들의 이야기다. 행복을 안겨주기보다는 상처의 치유에 우선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에 주인공들은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으며 또한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함께 회복해간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접고 한층 부드러운 시선으로 사랑을 응시한다. 피학과 가학으로 점철됐던 초기작들과는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이제 사랑은 ‘상처 입은 새들끼리 날개를 부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대만의 월드스타 장첸이 분해 깊고 강렬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사형수 장진, 삶과 죽음을 넘어서서 모두의 구원이 되는 연, 그리고 그 구원을 되찾고자 하는 남편 정을 만나볼 수 있는 김기덕 감독 신작 ‘숨’. 이들의 올곧은 들숨과 날숨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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