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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38>-깨달음의 길

‘중국 선종의 마지막 꽃잎’ 홍인-소설가 이재운

불 가라고 자신의 성을 밝힌 홍인의 어린 재치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보고 싹을 발견한 도신도 만만치 않다. 이후로 성이 무어냐고 물으면 불 씨요, 불 가요 하는 이야기가 불가의 농담처럼 흔해졌지만 이때만 해도 기발한 이야기였다. 자신을 생물학적으로 보지 않고 정신적으로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대답이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김 씨, 박 씨, 사마 씨가 맞다. DNA의 뿌리를 캐면 성 씨뿐 아니라 원숭이가 조상이라느니 나아가 물고기가 진화한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영혼의 DNA가 있다.

영혼의 DNA 속에는 카르마도 들어 있고 개인의 정신사가 다 들어 있다. 그러므로 생물학이 아닌 영혼, 정신, 마음의 차원에서 본다면 그것은 바로 불 가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불교 신자가 아니고 유교 학자라면 태극 씨 또는 무극 씨라고 말할지 모르고, 기독교 신자라면 하느님 씨 즉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이다. 여기에 홍인을 바로 이해하기 위하여 홍인의 출생 비밀을 적는다.

도신이 파두산이라는 곳에 머물 때였다. 그 산에서 오로지 나무만 심으며 사는 노승이 한 명 찾아왔다. 평생 소나무만 심으면서 경전을 읽었을 뿐 마음닦는 선법은 배우지 못했다며 가르침을 청했다.

“스님이 부처님의 깊은 진리를 전수받았다는데 이 늙은이에게도 가르쳐주십시오.”

그러자 도신이 정중히 그 청을 물렸다.

“스님은 너무 연로하셔서 열심히 배운들 시간도 모자라고 또 익혔다 한들 널리 펼 시간이 없습니다. 혹시 다시 태어나 찾아온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습니다.”

그 노승이 낙심하여 물러갔다. 노승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 길로 마을에 내려갔다. 개울을 지나다가 빨래하는 처녀를 만나자 노승은 그 처녀를 강제로 겁탈했다. 그 뒤 소나무만 심던 그 노승은 파두산에서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듯하다.

한편 늙은 스님에게 난데없이 강간당한 처녀는 날이갈수록 배가 불러 마침내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처녀는 즉각 집에서 쫒겨나 이 동네 저 동네를 떠돌아다니며 품팔이를 해서 목숨을 이었다. 마침내 처녀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게 바로 홍인이다. 사람들은 홍인을 가리켜 아비없는 아이라는 뜻으로 ‘무씽얼(無姓兒)’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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