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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이기에 추억마저 수몰된 샨샤

텅빈, 그리움 그리고 인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아시아영화대상 ‘감독상’ 수상
고도성장 통해 인간존엄성 상실하는 中현실 비판… 오늘 개봉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틸라이프’(Still Life, 2006)가 오늘 개봉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6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쟁쟁한 작품들을 물리치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올해 3월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영화대상’에서 감독상을 받은 수작이다.

 

원제가 삼협호인(三峽好人, 세 협곡(샨샤)에 사는 좋은 사람들)인 ‘스틸라이프’는 중국 산샤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산업화되어가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그려낸다.

영화는 한 폭의 수채화같은 샨샤를 느린 그림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절망과 가난으로 허덕이는 인민들의 삶 또한 찬찬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지아장커는 이 영화를 통해 고도성장과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샨샤는 길이가 무려 6천300km에 달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 양쯔강(장강) 중상류의 세 협곡을 통칭하는 지명이다. 중국 인민폐 10위안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샨샤는 중국정부의 댐건설로 거주민 115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유랑하게 되었고 수많은 유적지가 수장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1993년 샨샤댐 건설에 착수해 13년 만인 지난 2006년 5월 거대한 댐을 완공했다. 총 21조원이 투입된 샨샤댐은 길이 2천309미터, 해발 185미터, 제방두께 15미터의 세계 최대규모다. 샨샤댐은 2003년 물을 가두면서 역류를 시작했다. 역류한 물은 계속 차오르면서 모든 것을 수장시켰다. 마을이 사라지고 도시까지 집어삼켰다.

영화 스틸라이프의 탄생은 중국의 현대화가 리우샤오동의 작업행보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동’에서 비롯됐다. 샨샤댐을 배경으로 11명의 노동자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촬영하던 지아장커감독은 그 아름다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풍경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불행 속에서 유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곧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두 배우 자오 타오(셴홍 역)와 한산밍(산밍 역)을 불러들였다. 두 배우는 2000년 부터 지아장커 감독의 작품에만 출연하고 있는 배우다. 특히 한산밍은 감독의 이종사촌형으로 실제 고향에서는 광부생활을 하고 있다.

망치소리 가득한 샨샤. 매일 허물어지고 또 새롭게 탄생하는 도시로 한남자가 접어든다. 16년전 떠나간 아내와 딸을 찾아온 산밍. 하지만 아내가 써놓고 간 주소는 이미 물에 잠겨 사라지고 수소문 끝에 찾아간 처남에게 그는 문전박대만 당한다. 샨샤의 신도시개발지역에서 그는 위험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휴일에는 아내를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맨다.

별거중에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아 샨샤로 온 또 한명의 여자 셴홍. 남편을 만나러 찾아간 공장의 허름한 창고에는 자신이 보냈던 차(茶)만 마치 자신의 존재처럼 덩그러니 남겨져있다. 가까스로 남편과 조우한 셴홍은 그의 곁에 이미 다른 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두 남녀의 막막한 사정을 두 개의 이야기로 내버려두며 조용히 그들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러면서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샨샤의 아픔을 그려낸다. 샨샤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독립적 캐릭터로 기능한다.

감독 지아장커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부서져가는 도시의) 풍경보다도 노동하는 사람들의 몸, 그 몸에 흐르는 땀을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사회적인 자리에서 사람을 보았다면 이제 나는 그것을 생명이라는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런 사회는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사회에서도 살아가는 사람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서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중국에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것은 중국에서 진행되는 근대화, 자본주의화, 세계화, 그 안에서 점점 더 사람의 중요성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나는 나뿐만이 아니라 중국영화가 중국을 찍기 위해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 시급합니다. ‘삼협호인’은 그것을 하소연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롱테이크(길게 찍기) 기법으로 정적인 풍경을 담아 낸다. 터키영화 ‘욜’에서처럼 누대의 슬픔이 느린 그림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관객들은 머릿속으로는 상황의 절박함을 이해하지만 헐리우드영화의 빠른 속도에 길들여진 감각은 지루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성을 배신하는 감각’을 발견하는 당혹스러움을 보너스로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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