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용호고등학교에는 가스총을 옆에 찬 70대 할아버지가 ‘사령관’으로 불리며 생활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경래(74) 할아버지.
공식 직함은 ‘숙직전담원’이지만 본업 외에도 학교 안팎 청소, 학생들의 등·하교 지도, 학교 앞 사거리 교통지도까지 담당한다.
게다가 여느때는 야간 자율학습 하는 학생들을 돌보고 지각생, 무단 외출하는 학생들까지 단속한다. 때로는 상담까지 해주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가스총은 조 할아버지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한 호신용이다. 밤새 학교를 지키기 때문.
조 할아버지가 이 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7년. 당시 막 개교를 했던 용호고등학교는 학교와 주변 공사가 다 마무리되지 않아 신호등도 없이 어수선했다. 이 길로 신입생들이 오가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 앞 큰 길에서 교통지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이 모습을 본 당시 용호고등학교 교장이 “학교를 위해 일해주시지 않겠느냐”고 제의,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 할아버지의 ‘사령관’생활은 시작 된 것이다.
조 할아버지의 일과는 새벽 4시30분에 시작된다. 학교 청소로 하루를 열고 학생들의 등교 시간이 지나면 잠시 집에 들렀다 오후 2시30분쯤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밤 12시까지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손수 녹차를 타주기도 한다.
학생들이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을 하면 자기일처럼 기뻐하는 조 할아버지.
학생들도 23년 동안 군생활을 한 조 할아버지의 엄격하고 꼼꼼한 잔소리에 불편하기도 했을법 하지만 졸업생들은 스승의 날이면 조 할아버지를 찾아오고 동창회에서는 감사패도 만들어 전달하는 등 소중한 인생의 선생으로 통한다.
젊은 교사들 역시 그의 열성과 진심에 감탄해 좋은 충고를 해주는 어른으로 용호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감사해 한다고.
이 학교 권영규 교감은 “학생들 생활지도며 학교일을 도맡아 해주시니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더 충실할 수 있다”며 그를 ‘학교의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에 100만원 안팎의 적은 월급에도 11년째 자기집처럼 학교와 학생들을 돌봐온 조 할아버지는 “15회 학생들까지는 졸업을 시키기로 약속했으니 이제 7년 더 남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