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群鷄一鶴), 백미(白眉)가 무슨 뜻인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머드러기’도 대부분 알고 있을까? 머드러기는 ‘고르고 골라서 찾은 가장 좋은 것’을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군계일학과 백미는 흔하게 쓰고 있지만 머드러기는 어쩐지 생소하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외래어 속에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은 시들한 것 같다는 느낌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우리말에 대해 친근하고 쉬운 내용으로 접근한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서방, 마누라, 바보, 등신, 넋두리, 님, 만남, 복덕방, 설거지, 바가지 긁다, 양치질, 내 코가 석자 등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우리말들의 유래를 찾아내 들려준다.
또 배냇머리(갓난 아이가 태어난 뒤로 한 번도 깎지 않은 머리털), 제비초리(뒤통수나 앞 이마에 뾰족이 내민 머리털, 애교머리), 귀잠(아주 깊이 든 잠), 그림내(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정인(情人), 사랑하는 사람), 너나들이(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터놓고 지내는 사이, 편한 친구 사이), 알짬(여럿 가운데에 가장 요긴한 내용) 등 아름답지만 다소 낯선 우리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마치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대체로 입말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독서는 하고 싶은데 바빠서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다. 하나하나의 항목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들의 어원을 찾아 읽다 보면 우리말 상식이 느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게 된다. ‘을씨년스럽다’가 ‘을사늑약’이 체결 되던 1905년을 의미하는 ‘을사년스럽다’에서 왔다는 것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 혹독한 아픔을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상흔을 되짚어 보게 된다. 또 ‘점 찍히다’가 조선시대에 임금이 2품 이상 고위 관리를 최종적으로 고르는 방법에서 나온 말이라는 사실에서 조상들의 삶의 모습과 문화를 풍부하게 알게 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시래기와 쓰레기는 ‘슬아기’라는 같은 어원에서 갈라져 나온 말이지만 얼마나 정성을 들이냐에 따라 국거리가 되기도 하고 버려지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는 평범하지만 깊이 있는 가치를 전하기도 한다.
말은 사유의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다양한 언어들을 구사할 수 있다면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외국어에 쏟는 열정에 비해 우리말을 포함한 우리문화에 대한 소중함은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볼 일 있다.
우리말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면서도 그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기처럼 늘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우리말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 중 알짬만 모아 놓은 이 책을 통해 우리말 사랑에 푹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지은이는 현직 국어교사로 20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소설도 쓰고 논술관련 책도 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맡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말 코너에서 방송되었던 내용을 간추려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