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코가 어느 날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사라진 코는 엉뚱한 곳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다. 실제로 코가 도망가는 일이야 있을까마는 현실 속에서 이와 유사한 엽기적인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코가 없어져버리는 이 ‘황당 엽기 시추에이션’이 상징하는 현실은 뭘까?
근대 러시아 작가인 고골의 작품 ‘코’가 한국식으로 번안되어 연극으로 공연된다.
극단 소금창고(대표 염상태)는 창단공연 ‘코’를 6월 3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 무대에 올린다.
원작인 고골의 ‘코’는 제정러시아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풍자소설이다. 주인공 꼬발료프 소령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자신의 코를 찾아다니는 얘기다. 꼬발료프 보다 높은 신분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코는 지위나 성적 콤플렉스, 사치, 허울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을 상징한다. 고골은 이 작품에서 추한 출세욕에 대한 비판을 풍자적으로 담아낸다.
극단 소금창고는 연출가 반무섭의 번안으로 작품을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우리 시대의 인물들로 꾸며지고 2인 다역의 연극으로 표현된다.
제정러시아의 시대상황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동시에 겪는 1930년대 경성으로 옮겨진다.
크고 멋진 코를 지닌 영남 한량 허맹달이 경성에 올라와 화류계를 드나들며 상류층에 편승하고자 한다. 코 하나만 믿고 대가집 규수와의 혼인을 통해 고위관직에 오르고자 하는 그의 욕망은 어느 날 갑자기 코가 사라짐으로써 좌절된다.
이 연극에는 2명의 배우가 등장해 1인당 10개 정도의 역할을 소화한다. 두 배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며 가장 연극적인 코드를 살려낸다. 이들의 연기는 사실적인 대화 보다는 상징화 된 동작들 위주로 진행된다. 빠르고 상징적인 무대전환, 영상과 그림자, 음악과 춤, 마임 등이 어우러져 볼거리가 풍부한 무대를 만든다.
새로 탄생한 ‘소금창고’는 10명 정도로 구성된 작은 극단이다. 연극 불모지인 안산에 연극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나선 이들은 비록 극단의 규모는 작지만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염상태 대표는 창단과 관련해 “실험성이라고는 존재하지도 않고 시대정신과도 상관없는 국적불명의 공연들이 양산되고 있다”며 “지난 작업들을 답습하거나 고리타분하게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유롭고 전문적이며 예술성을 지닌 공연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의)031-481-4000./김진경 기자 jk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