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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신발 만들기 ‘혼불’ 활활

이색직업 서울경마공원 이은우 장제사

 

서울경마공원 이은우(51)장제사. 그는 이색 직업을 가진 사람 중 하나다. 경마공원이 제철공장도 아닌데도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 화로를 끼고 산다. 이씨가 하는 작업은 말의 신발, 즉 편자를 만드는 일이다.

 

이씨가 처음 장제사를 시작한 것은 21년 전인 1986년으로 보조역할을 하다 4년 뒤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까지 말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가 처음 장제사 길을 택했을 때만 해도 전문 교육기관이 전무해 기술배우기가 무척 힘들었다.

“말에게 신발을 신기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나 시작했지만 기술습득이래야 겨우 선배들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게 전부였을 정도로 열악했지요.”

사회인식도 역시 낮아 장제사란 단어조차 생소해 지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국내에 장제사 직업을 가진 사람이 40여명에 불과한 정도로 희귀 직종에 속한다.

“취업난 때문인지 요즘은 젊은 층 사이에 관심과 인기가 조금씩 올라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격세지감이 느껴져요.”

말발굽은 마필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개 한 달에 약 10~15㎜ 자란다. 사람으로 치자면 손ㆍ발톱이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한 달에 한 번은 갈아 주고 새 편자를 부착해야만 말이 걷거나 뛸 때 편안함을 준다.

자신의 혼을 담아 철을 다룬다는 그는 이제는 화로가 익숙해졌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배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뜨거운 화로에 적응하는 방법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겨울철에도 화로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마에 땀이 맺히는데 여름엔 오죽하겠습니까.”

용광로 같은 화로와의 전쟁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는 답변이다.

한 직업에 20년 넘게 매달려 이제는 장인소리를 듣는 그지만 아직도 화로에 달궈진 편자를 꺼낼 때가 가장 긴장된 순간이라고 했다. 가끔 신참들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손이 부들부들 떨려 편자를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크게 다그치지는 않는 것도 힘든 작업인줄 알기 때문이라고.

장제사의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뜨거운 화로와 씨름 끝에 완성된 편자를 부착한 마필이 편안하게 잘 걷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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