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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7>-깨달음의 길

스승을 버리고 남전을 찾아간 동산-소설가 이재운

 

어려서부터 한 스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불교의 기초 교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떤 스님인지는 동산이 일부러 밝히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반야심경을 배우다가 스승의 입을 꽉 틀어막는 질문을 했다가 그 스님과 영영 이별할 일이 생겼다.

반야심(般若心)을 가르치는 경이므로 동산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입으로만 외고 내뱉던 그 스님의 말꾸러미에선 내보일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스님! 오온(五蘊)이 어째서 공(空)하다죠?”

불교 신자들이 절에만 갔다 하면 듣는 귀절이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 개공...

우리말도 아니고 중국말로 기를 쓰고 외우는 내용이다. 바로 그 흔한 글귀를 물어본 것인데 스승은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다.

스승은 진도만 나갔으면 하고, 제자는 확실히 알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동산은 할 수 없이 스승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것이 그 유명한 남전(南泉) 스님이었다.

때에 따라 제자가 스승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스승 잘 만나고 제자 잘 고르는 것이 학문의 성취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느 경우에 있어서 스승을 아예 모시지 않기도 하고 제자를 두지 않기도 하는데 그것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전의 지도를 받던 중 동산의 선기가 발휘될 좋은 기회가 생겼다.

남전의 스승인 마조의 제사가 돌아오자 남전이 괴상한 수수께끼를 지어낸 것이다.

“내일이 마조 스님 제삿날인데 스님이 오실는지 모르겠다. 누구 좀 아는 사람 없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눈을 꿈벅이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생각은 했지만 범부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때 동산이 나섰다.

“동행이 있으면 오실 겁니다.”

남전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이었다.

“자네가 후생(後生)이긴 하지만 매우 쓸모가 있다.”

후생이란 후배, 늦게 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동산은 어쩐지 심쑥해서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양민을 죄인으로 몰지 마십시오.”

문답은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아직도 머물 데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동산은 남전을 하직하고 위산을 찾아가 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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