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영화 ‘브리치’는 2001년 전말이 드러나면서 미국을 뒤흔든 로버트 핸슨 이중간첩 사건을 다룬 영화다.
2001년 미 연방수사국(FBI) 경력 25년의 대(對)첩보 전문가이자 중견 간부로 신뢰를 받고 있던 핸슨은 20년 이상 미국의 중요 정보를 러시아에 팔아넘긴 사실이 적발돼 체포됐으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러시아 내 미국 정예 정보원 명단, 미 정부의 첩보 프로그램, 전쟁시 미 고위 관료들의 대피 계획 등 고급 정보를 팔아넘긴 대가로 현금과 다이아몬드를 챙겼고 미 정부는 그로 인해 국가안보에 큰 손실을 입었다.
‘브리치’는 핸슨이 저지른 방대한 간첩 행위를 FBI 훈련생 에릭 오닐이 핸슨을 검거하는 과정 안에 간결히 정리해 담았다.
희대의 사건을 접했을 때 보통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범행 동기일 것이다. 영화는 돈이나 사상, 성취감 등의 직접적인 답을 주지는 않고 범인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좇는 타인의 시선으로 해답을 대신한다. FBI 요원이 되는 소박한 꿈을 지닌 훈련생 에릭 오닐(라이언 필립)은 어느 일요일 상부의 호출을 받는다.
오닐을 담당하는 상사 케이트 버로(로라 리니)는 그에게 독특한 임무를 맡긴다. 기밀문서 관리 본부를 이끄는 로버트 핸슨(크리스 쿠퍼)의 비서로 일하면서 은밀히 그를 감시하라는 것.버로는 오닐에게 기관 내부에서 핸슨의 변태적인 성적 취향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 이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닐은 핸슨을 지켜보기 시작하지만 핸슨은 성격이 깔끔하고 단정한 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다.점점 핸슨의 됨됨이를 좋아하게 된 오닐은 혼란에 빠지고 버로에게 변태 성욕자라는 증거가 있는지 따져 묻는다.
버로는 핸슨이 미 정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스파이라는 많은 증거를 확보했으나 결정적으로 현장을 덮치기 위해 오닐을 기용했다고 설명해 준다. 그를 잡기 위한 전담팀까지 꾸려져 있는 상태다. 오닐은 팀을 도와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나선다. ‘브리치’는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을 다루지만 도를 넘지 않고 적절한 품위를 지킨 차분한 스릴러다.
자극적인 ‘게임’으로 관객의 숨을 가쁘게 하는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은근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힘에 있다. 영화는 흔한 추격전이나 반전 하나 없이 쫓고 쫓기는 캐릭터와 믿음과 의심의 심리전만으로 106분을 끌어나간다. 핸슨은 스릴러에서 흔히 선보이는 매력적인 사이코 악역이 아니라 치밀하고 딱딱하지만 도무지 명확한 실체는 알 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의 절반이 핸슨의 심리를 좇는 스토리에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그 핸슨을 연기한 크리스 쿠퍼로부터 나온다. 위험인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은 오닐 역시 영웅심이나 애국심으로 무장한 캐릭터가 아니다.
기관의 말단 훈련생인 그는 결정적인 위기 앞에 “가정을 버리면서까지 요원이 돼야 하느냐”고 묻는 불안정한 햇병아리로, 라이언 필립이 호연했다. 연출을 맡은 빌리 레이 감독은 ‘플라이트 플랜’, ‘하트의 전쟁’, ‘볼케이노’ 등 각본 작업을 주로 맡아 왔으며 ‘브리치’가 두 번째 연출작이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