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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돌보니 저보고 엄마래요”

안양 부림동 ‘관인 향기 어린이집’ 최희분 원장

‘진흙으로 항아리를 빚어 만든다. 그러나 항아리를 쓸모 있게 하는 것은 텅 빈 속이다’라고 노자(老子)는 말했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무언가를 행하는 사람들을 볼 때, 선입견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선입견이 주는 이미지에 치우쳐 항아리의 겉만 보고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향기의 엄마, 사랑을 분양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안양 부림동 ‘관인 향기 어린이집’ 최희분 원장(45).

 

그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그가 어린이집 원장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게 자녀를 믿고 맡기는 학부모들에 믿음까지도 보여준다.

 

 

어김없이 매일 오전 6시면 하루를 시작, 7시30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눈 돌릴 틈도 없이 반나절을 생후 3개월부터 코흘리개 3살짜리 아이들까지 10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웃고, 먹고 마신지 2년이 넘었다는 최 원장은 어린이집을 개관하기까지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둔 최 원장은 자녀들이 사춘기를 거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나도 여유를 갖고 무언가 이제 내 자신을 위해 해야 겠다’라고 생각해 지난 2005년 6월 어린이집을 개관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개관 1년 동안은 맡겨진 아이가 1명밖에 없었다. 포기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최 원장은 멈추지 않았다.

“누가 남에게 선뜻 제 아이를 맡기려고 하겠어요. 하지만 인내하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내 자식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니 이제 10명은 저보고 ‘엄마’라고 부르기도 해요”

향기 어린이집은 3개월 이상 된 아이들부터 입소, 최대 정원이 10명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세워 운영하고 있다. 보육교사 5명인 것을 감안해 교사 1인당 2명의 아이들을 돌보게 함으로써 원생이 많으면 그만큼 아이들 돌보는 것이 혹시나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설면에서도 향기 어린이집은 무언가 다르다.

가정집을 개조, 문턱을 없애고 어린이집에 맞는 맞춤가구와 인테리어로 꾸몄다. 어린이들은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이모나 고모와 함께 하루를 지내는 것과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의 칭찬이다.

최근 수목들이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발산하는 독특한 방향성물질인 피토치이드가 아토피에 좋은 자연 치료제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러한 면에서 향기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1층인 것을 감안, 최 원장은 베란다 뒤를 활용해 작은 생태 연못과 식물들을 심어 아이들이 손쉽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보육환경’을 조성했다.

또 최 원장은 최근 먹거리에 대한 부실함이 어린이집의 문제점으로 고발돼 부모들의 걱정을 사고 있어 아이들 음식에 특별히 정성을 쏟는다.

보육정보센터 영양사가 일주일 식단을 내려주면 최 원장이 손수 농산물을 고르고 식단에 맞게 조리해 그날그날의 음식을 준비한다.

여기에 부모들이 직장인이라 아동들의 아침식사가 부실할 것을 우려해 아침마다 영양죽을 만들어 낸다.

향기 어린이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실력 있는 보육교사들로 진용을 갖췄다는 점이다. 실제 유치원 원장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 10년 넘게 교사생활을 한 선생님 등으로 이뤄져 특강도 자체적으로 이뤄진다.

때마침 마주한 학부형은 “아이가 서슴없이 원장님을 보고 ‘향기 엄마’라 하고 저 보고는 집 엄마라고 해 어린이집에서 참 잘 보살펴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향기 어린이집은 인근 어린이집과의 상도덕상의 이유로 보육료를 최하한가로 받으면서도 견학 등 특정경비 지출 부문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학부모들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이따금 적자인 달도 있다고 최 원장은 솔직히 털어 놓았다.

하지만 그는 “어린이들을 정성스레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어린이들을 보살피며 습득하는 지식들을 정리해 ‘어린이 행동발달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관한 책을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오늘도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분양하기 위해 잠에서 깨고 하루를 웃으며 어린이들과 산다. 어린이들을 만나고 인생의 빛깔이 ‘초록’으로 물든 것처럼 희망적으로 변했다는 그의 인생여정, 그가 현재 빚고 있는 항아리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이라는 열매로 가득 담긴 더욱 찾는 쓸모 있는 항아리가 될 것이다. 겉모양이 화려한 항아리 보다 진정한 사랑으로 가득 찬 항아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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