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 없이도 영글어 넘치는 물결/
炫마다 흥겨운 가락/ 춤을 추는 千萬굽이/
제 빛을 하나로 모아 緣을 잇는 群舞여’
시인이자 행정관료인 홍승표 과천시 부시장은 소박함 속에 고운 자태를 지닌 코스모스를 통해 풍성한 가을을 노래했다.
가을은 마음으로 느끼는 풍요로움 뿐 아니라 눈과 귀도 넉넉하게 하는 계절로 과천시민들에겐 조금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선다.
잡다한 주변 일상생활을 하루쯤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수 있는 한마당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자유분방한 작품세계를 거리란 공간을 통해 접하는 제11회 한마당축제가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어떤 작품이 선보일지 시민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축제 프로그램에 쏠려있다. 국내외 36개 작품이 모두 걸작이나 그중 3개 작품을 골라 소개해본다.
* 요한네스버그의 골목길 - 과천의 신기루
이 작품은 현대문명에 대한 문제점을 추구해온 프랑스 장 레이몽 야곱의 연출작이다.
야곱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거행된 제사의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현대문명에 대한 도전과 저항의식이 내재돼 있다.
한마당축제 최초로 중앙대로를 통제하고 공연한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과천도립도서관 앞에서 함석판을 어깨와 등에 짊어진 연기자 50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양재천 다리를 건너 중앙로를 진출, 정부과천청사 사거리까지 1㎞를 행진하면서 벌이는 퍼포먼스는 과히 장관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창을 연상시키는 불꽃 대나무를 들고 활보하고 원색의 알록달록한 우산으로 화려한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공연장소를 도로로 택한 이유는 자동차와 아스팔트가 점령해버린 도심을 자연 상태 이전으로 환원하자는 뜻 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공연의 절정은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지닌 악어와 공룡 등 괴물이 불을 내뿜고 갖가지 동물 모형들이 기괴한 울음을 토해내며 그 뒤를 따르는 장면이다.
마치 영화의 CG(컴퓨터그래픽) 장면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함석판으로 아스팔트를 깨부수는 등의 행위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대한 강한 거부감의 표출이다.
제목에서 보듯 한바탕 공연이 끝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악몽과 달콤한 꿈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이 공연을 위해 40피트 컨테이너 두 대가 운송되었다니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다음달 2일 오후 9시와 3일 오후 8시 두 차례 공연한다.
* 구도 = 한국 극단 몸꼴과 네덜란드 극단 루나틱스의 공동제작으로 유일한 유료작품이다. ‘요한네스버그의 골목길-과천의 신기루’가 역동적이라면 ‘구도’는 정중동(靜中動)으로 6명의 연기자들이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란 메시지를 던진다.
수십 개를 포갠 나무상자 하나하나가 허물지면서 연기자들이 등장하는 초입부는 콘크리트 벽에 갇힌 현대인을 표출했다.
한정된 무대에서 공연하지만 60분 동안 펼쳐지는 스토리는 심오하고 깊다.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에게 닥친 낯선 세계를 접한 주인공이 이웃도 없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도 알 수 없어 방황하는 모습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우연히 내디딘 걸음에 또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사랑을 하고 수렁에 빠지기도 하고 종착역도 없는 절망적인 긴 여정은 인생 그 자체다.
불타는 경사진 컨베어벨트 위를 힘겹게 걷는 묘사 또한 진리를 찾기 위한 여행 중 하나의 고통스런 방황을 의미한다.
입장료는 1만원으로 본인이 직접 한마당축제사무처를 들러 사랑티켓을 끊을 경우 반액으로 관람할 수 있다.
* 광기의 역사 =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우선 한국전쟁 후 우리의 역사를 ‘광기의 역사’로 규정한 이준희 연출가(극단 4관객프로덕션)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6.25전쟁이 가져다 준 민족의 아픔, 그 이후 전개된 우리를 옭아맨 정치와 경제 등 이데올로기 뒤에 숨겨진 광기들을 파헤친다.
특히 경제발전이란 미명 아래 도덕의 상실과 가족 해체, 헌신짝처럼 버려진 전통을 각종 이미지와 영상, 음악, 배우의 몸짓을 통해 고발한다.
작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시민회관 옥상이란 독특한 장소를 이용한 것도 이채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