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국내에서 전시회를 가지니 감회가 남다르군요. 나를 사랑하는 고국 팬들에게 뒤늦게 작품을 선보여 한편으론 죄송하고 한편으론 마음이 설렙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이규화(74) 작가가 과천 가원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화랑에서 귀국전을 연지 10여 년 만의 일이다.
최근 병마와 싸웠던 그는 건강이 거의 회복이 된 듯 활기차 보였다.
이번 전시회엔 전통적인 동양화기법에다 서양기법을 접목해 프랑스와 유럽에서 누벨 오리앙타리즘(신 동양주의 회화)이란 극찬을 받았던 30여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재료를 수채물감과 아크릴물감을 혼합,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의 그림은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조는 운무에 휩싸인 듯 신비롭다.
많은 군상들이 손을 잡고 있는 ‘공동체’는 서로가 밀고 당기고 끌어주며 함께 살아가는 협력의 정신을 나타냈고 얼핏 보면 타원 같으나 뒤로 젖혀진 자세에서 땅을 짚고 있는 인간의 형상 복판엔 이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기간 내내 나 자신은 인간의 삶 자체를 추구해왔다”는 작가 말처럼 꽃 그림에도 인생을 부여했다.
간출하면서도 색채의 조화가 돋보이는 ‘목련’은 한꺼번에 피고 지는 나무의 특징을 남녀간 사랑에 비유하는 뜻이 내포돼 있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뒤 출판사업과 화가의 길을 동시에 걸었던 이 화백은 가족을 한국에 남겨놓은 채 1990년 늦은 나이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하던 사업이 시원치 않아 잠시 방황하다 화가로 대성하겠다는 꿈을 안고 떠났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겪었다”고 회고하는 그에게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3년 뒤 프랑스 5대 살롱으로 꼽히는 비올레 전시회에 출품, 호평을 받아 교섭이 잇따랐고 이탈리아 피에트라 산타의 보제티 박물관내 성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전시관에서 동양권 작가로 최초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후에도 유네스코 본부 초대전, 뉴욕 입토갤러리 초대전, 루브르 박물관 전시회 등을 통해 동양미술을 서양에 널리 알렸다.
“15년간을 정신없이 뛰어다녔죠. 특히 프랑스 유명한 미술잡지인 UNIVERS DES ARTS지에 새로운 화풍을 이룬 작가란 제목으로 대서특필했을 때 마치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렇게 대단한 호평을 받을 줄 짐작도 못했으니까요.”
유럽에서도 ‘생명의 가치와 소멸돼 가는 정신세계를 그린 작가’란 찬사와 함께 ‘국제적인 대가’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3~4년 더 프랑스에서 머물다 영구 귀국해 국내서 활동할 계획이라는 그는 “현재의 화풍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깊이와 무게를 더하는 작업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부터 개최된 초대전은 내달 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