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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新 랜드마크] 7. 양평 두물머리

북한강·남한강 두갈래 물줄기 만나 한강 이루는 곳
문화재·갤러리·청평호수 등 데이트 코스 ‘안성맞춤’

조선시대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팔달문(八達門), 화성의 북문이자 정문인 장안문(長安門)의 화성을 생각하면 수원이 생각납니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어떤 도시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상징물이나, 기준점이 되는 건물을 우리는 랜드마크(Land-Mark)’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도심 표지판 역할을 하는 시각적인 랜드마크도 있지만 감성적· 서정적 랜드마크도 있습니다.
본지는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다운시프트(Downshifts)족’의 등장과 관광과 문화 등 무형의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관광 소비자층인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 를 경기도로 끌어 들이기 위해 ‘경기도 新 랜드마크’를 설정, 기획 취재했습니다.

 

여행전문가로 알려진 이용환 소설가, 이재웅 시인의 맛깔나는 글, 취재기자의 현장탐방, 그리고 뉴 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앵글의 사진으로 ‘경기도 新 랜드마크’ 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1. 평화ㆍ통일의 전초기지 ‘도라산역’
2. 안성 바우덕이축제 (무형 랜드마크) 
3. 수원 화성 (세계 유산 역사 랜드마크)
4.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민간문화 랜드마크) 
5. 화성 제부도 (생태체험 해상 랜드마크)
6. 파주 영어마을 (체험 학습 랜드마크) 
7. 양평 두물머리 (자연 랜드마크)
8. 용인 한국민속촌 (관광 랜드마크)

 

 

이른 아침의 두물머리는 적막하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저 혼자 우는 강울음 소리가 들린다. 흐느끼는 강물 위로 새 몇 마리 날아가고, 새 날아간 하늘은 텅 비어 있다. 새벽부터 안개는 물결 위로 피어올라 강줄기를 보듬고, 산자락을 휘감는다.

 

멀리 보이는 산의 실루엣도, 나무와 길도 온통 안개에 잠겨서 두물머리의 풍경이 제법 수묵으로 그린 몽유도원이라도 된 듯 몽환적이다. 그리고 이내 몽환적인 그림 속에서 불쑥 아침 해가 떠오른다. 희미하게 안개에 가린 아침 해는 안개를 풀어헤치며 조금씩 산자락으로 올라선다.

아침 햇빛의 위력에 안개는 그 세력을 잃고 천지사방으로 흩어진다. 회색빛 풍경이 조금씩 제 빛깔을 찾아간다. 조금씩 시야가 트이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몽환적인 풍경은 이제 사실적인 풍경으로 바뀌어 물결 찰랑이는 소리마저 차갑게 느껴진다. 긴 꿈에서 깨어난 듯 강 어귀의 오래된 느티나무도 마른 가지를 흔들어보인다.

 

400여 년의 세월을 이곳에서 보낸 느티나무는 두물머리의 오랜 풍상을 다 겪었으리라. 계절의 흐름과 세월의 풍경과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만났으리라. 그래서 이 나무는 오래된 만큼 신성하고, 오래된 만큼 거룩하다.

 

 

두물머리는 익히 알려져 있듯, 양수리(兩水里)의 우리말 이름이다. 두 물줄기가 만나 한 강이 되는 머리라는 뜻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비로소 민족의 젖줄 한강을 이루는 곳이 바로 두물머리다.

 

그동안 두물머리는 그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영화나 드라마, CF, 사진 촬영의 단골무대가 되어 왔다. 과거 이곳의 나루터는 꽤나 번성했는데, 오랜 옛날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뗏목과 돛배를 이용해 한양으로 목재나 식량을 실어나를 때 이곳이 마지막 길목 노릇을 했다.

또 한양에서 나는 각종 생활용품을 싣고 강원도와 충청도로 가던 배들도 이곳을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근대 이후 포장도로와 육로가 곳곳에 건설되면서 한강의 물길이 끊어지고, 급기야 1970년대 팔당댐이 들어서면서 두물머리의 포구는 포구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리고 말았다.

 

포구의 기능은 상실했을지언정 두물머리는 서울과 서울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소중한 쉼터이자 나들이 코스로 탈바꿈하였다. 도심의 찌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탁 트인 자연을 만끽하며 귀를 열고 마음을 연다. 이곳의 오래된 느티나무와 휘어진 산자락, 청량한 강물소리는 도시에서 온 삭막한 가슴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누군가와 함께 오거나 홀로 오거나 상관없이 두물머리는 그들에게 잠시나마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천리를 흘러온 강물도 이렇게 속삭인다. 한번쯤 나를 돌아보라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두물머리에 와서 더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된다. 두물머리에서는 두물머리가 선사한 것만큼만 얻어서 돌아가야 한다. 언제나 차고 넘치지 않는 저 강물처럼.

좀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두물머리를 벗어나 인근의 절집이나 문화재, 갤러리를 찾아갈 일이다. 두물머리 인근에는 한음 이덕형 선생 묘를 비롯해 이준경 선생 묘, 정창손 선생 묘와 같은 문화재가 있으며, 팔당댐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청평호반길이 펼쳐진다.

 

누구나 한번쯤 이 길을 가 보았겠지만, 바쁜 일정이나 목적 때문에 이 길을 달렸다면 제대로 된 풍경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된 풍경을 만나자면 목적 대신 여유를 갖고 달릴 필요가 있다.

자연과 함께 문화적 향수를 즐기고 싶다면 양수리 곳곳에 자리한 분위기 있는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사실 양수리를 중심으로 한 양평은 무수한 화가들이 ‘예술가 마을’을 이루고 있어 ‘한국의 바르비종’이라 불리기도 한다. 화가가 모여 살고 있다는 것과 수많은 갤러리가 과거 밀레가 살았던 프랑스의 화가마을 바르비종을 연상케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아프리카풍의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마나스아트센터, 개인미술관인 가일미술관, 자연친화적 화랑인 갤러리 서종, 사진 전문 갤러리인 와(WA)를 비롯해 무수한 갤러리가 강물을 굽어보며 자리해 있다. 이곳의 갤러리는 작품 감상과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갤러리도 많아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등 옛날 풍류객들이 찾아와 차를 즐겼다는 수종사(水鐘寺)도 두물머리에서 그리 멀지 않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남양주 운길산에 자리한 수종사는 사찰 입구에 물맛이 으뜸이라는 석간수가 흘러 한번쯤 그곳의 맑은 물로 심신을 달래거나, 석간수 바로 위쪽에 자리한 삼정헌이라는 다실에서 차를 음미해도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두물머리를 찾았다면 인근의 양수리 녹색농촌마을을 찾아 농촌체험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이곳에서는 겨울에도 쥐불놀이나 썰매타기, 아궁이 불때기 같은 농촌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분명 특별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두물머리가 있는 양평은 수많은 러브호텔과 라이브 카페가 들어서 있어 은밀한 데이트 코스라는 시선과 두물머리의 자연 풍광, 수종사와 용문사, 독특한 갤러리 등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가벼운 관광 코스라는 두가지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두 개의 색다른 세계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섞이고 어우러진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다. 어차피 이곳은 두 갈래의 물길이 만나 한 강을 이루는 두물머리가 아닌가. ■ 글=이재웅 작가 ■ 사진=장문기기자

 

‘물의 모든 것’ 자연학습장 탈바꿈

330도로 펼쳐지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외지인을 반기는 곳, 여느 관광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인위적인 꾸밈없이 자연그대로가 가장 큰 관광상품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 두물머리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의 두물머리는 한자로는 ‘兩水里(양수리)’로 불린다.

 

두물머리는 선사시대부터 물길을 따라 삶을 이어 오던 우리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안고 있는 관광지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일반인들에게는 TV광고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두물머리의 의미를 살려 ‘물’이란 테마로 두물머리 주변이 개발, 활성화 되고 있다.
두물머리 일대에 ‘물’을 테마로 한 자연학습장이 조성되는 등 물에 관한 모든 실험과 관찰을 병행할 수 있는 곳으로, 두물머리 일대가 전국에서 몇 안되는 ‘물체험교육장’으로 탈바꿈 되고 있는 것.
두물머리 맞은편 17만2천898㎡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세미원이 그중 가장 눈여겨 볼 장소다.

 

세미원은 지난 2004년부터 양평군과 (사)우리문화가꾸기회가 조성중으로 당초 하천부지였던 곳인데, 현재는 생태공원 형식으로 180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세미원은 ‘장자(莊子)의 관수세심(觀水洗心-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하고 관화미심(觀火美心-꽃을 보면 마음도 아름답게 하라)하라’는 뜻에서 이름을 따왔다. 매년 평균 4만㎡ 확장되고 있는 세미원은 현재는 수련과 연꽃 400품종, 기타 수생식물 300종이 자라고 있다. 양평군의 계획대로라면 향후 ‘환경문화관’과 ‘향원각(香遠閣)’을 이곳에 완공할 예정이다.

 

   
 
  ▲ 조선 후기 학자 겸 문신인 다산 정약용의 생가 여유당(與猶堂). 옛날에는 소내(苕川) 또는 두릉(杜陵)이라고 했던 여유당은 현재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馬峴)마을로 다산의 묘소도 있다.  
 
‘환경문화관’은 환경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사진, 도자 등 각종 예술 작품들을 전시 교육할 공간으로,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 연극, 비디오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된다.
‘향원각’은 팔당호 주변 관광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는 모텔과 호텔 등으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던 점을 개선하고자 식당과 사무실로 운영되던 건물을 도비 20억원, 군비 3억원을 투입해 교육의 장소로 탈바꿈 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연과 석창포를 식재해 놓은 실내온실인 ‘석창원’도 두물머리를 찾으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고 있다. 2006년 조성된 석창원은 연중 꽃을 감상하며 관련 서적을 여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한편 두물머리 일대 또 하나의 특이점은 세미원 및 두물머리, 석창원 등 양수리 일대에 연을 재배해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상품으로 이를 개발·특화시켜 관광 및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미원은 ‘화련(꽃을 피우는 연. 물론 연근은 식용가능)’을 중심으로 연단지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농가소득 역시 식용연과 부가성이 많은 ‘화련’을 식재해 연근 이외 연꽃이나 연잎 등을 활용한 산업제품을 개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수리의 ‘김가네’, 용담리의 ‘연밭’, 국수리의 ‘두물머리연칼국수’ 등이 연을 재배해 실제 특산음식으로 개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음식점이다.

 

두물머리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관광지다. 화려한 놀이기구나 인위적인 볼거리 없이도 사람들은 두물머리를 찾는다. 관광자원도 자연에 주제를 두고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두물머리는 1973년 팔당댐의 준공과 2천300만 수도권 인구의 식수원이 되면서 규제와 개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수리 일대를 관광자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개발’과 ‘국토관리’라는 명제를 조화롭게 해결하고, 물과 환경의 교육의 장으로 조성,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지현기자 c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