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 창고가 소방시설 완공 검사를 받기 사흘 전에도 불이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참사가 안전수칙을 무시한 업체 측의 과실과 허술한 관련법으로 인한 사실상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예견된 대형 참사= 9일 이천시와 이천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6일 오후 2시28분쯤 화재참사를 빚은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창고 외벽에서 불이 나, 건물 정면 우측 외벽 80㎡를 태우고 자체 진화됐다.
불이 나자 소방장비 9대와 소방관 28명이 출동했었고, 용접작업이나 드릴작업 중에 불티가 외벽에 옮겨 붙으며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코리아2000은 화재발생 사흘 만인 10월19일 이천소방서로부터 소방시설완공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취약한 구조 변경=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창고는 콘크리트 외벽으로 사용승인(준공허가)를 받은 뒤, 냉동설비공사 과정에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변경된 것으로 밝혀졌다.
9일 냉동창고 사용승인 검사를 대행한 우림건축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불이 난 냉동창고는 지난해 10월 현장 실사 당시 샌드위치 패널소재의 칸막이 벽은 없고, 하나의 공간으로 이뤄진 콘크리트 외벽만 있었다며 지상층 역시 외벽없이 철골 기둥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축법상 내화구조 및 피난시설 기준을 충족, 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덧붙혔다.
결국 건축주는 건축법 시행령의 내화 구조 기준을 충족하는 콘크리트로 건물을 만든 뒤 창고시설로 사용승인을 받고, 이후 냉동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샌드위치 패널로 20여 칸의 냉동실을 설치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수칙은 나몰라라= 화재가 발생한 창고의 냉동설비공사를 담당했던 유성 ENC측은 안전보건책임자를 지방노동청에 신고해야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인지방노동청 성남지청에 따르면 20억원 이상 공사의 경우 현장소장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냉동설비공사(공사비 24억2천만원)를 담당한 유성ENG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동포 등 일용직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유증기 농도 측정 등 세심한 현장관리 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경인지방노동청 성남지청은 경찰수사와 함께 업체측의 환기와 유증기 농도측정 소홀 등 안전규정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내 건물 내가 짓다가 결국= 화재가 난 냉동창고의 시공사와 감리회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냉동 창고를 건립한 감리회사는 코리아2000 건축사사무소로 건축주 공모(47·여)씨 소유의 시공사인 ㈜코리아2000과 사실상 같은 회사다. 이 때문에 관리.감독 등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법 상 시공과 감리가 같은 계열사라 하더라도 특별감리를 별도로 뒀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코리아2000은 냉동창고의 특별감리를 우림건축사사무소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경찰서 한 관계자는 “코리아 2000 건축사사무소는 코리아2000의 계열사로 파악하고 있다”며 “시공과 감리를 사실상 같은 회사가 맡아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