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어려운 일이 많고 많으나 초보 경마팬의 배팅도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고참들에게 귀동냥을 해보나 도무지 알 듯 모를 듯 오리무중이다. 기수도 중요하고 말의 전적도 중요하다.

경마공원을 자주 찾는 단골 경마팬은 말의 상태, 기수와의 호흡, 경주로 상태 등 많은 변수들을 살펴보고 배팅을 한다. 하지만 초보자에겐 다양한 승식이 낯설어 당혹스럽다. 서울경마공원이 시행하는 승식은 5가지다. 1마리를 골라 1등을 맞추는 단승식, 3등 이내를 맞추는 연승식, 2마리를 찍어 1, 2등 순서까지 맞추는 쌍승식, 순서와 상관없이 1, 2등을 맞추는 복승식, 순서와 상관없이 2마리 모두 3등 이내를 맞추는 것을 복연승식이라 한다. 다소 헷갈리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익혀야 한다.

초보자에게 맞는 승식은 연승식과 단승식이다. 단승식은 10마리가 뛴다고 가정할 경우 수학적인 적중 확률이 10%이고 연승식은 30%로 껑충 뛴다. 경마를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선배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말을 고르는 법, 기수의 상태, 날씨 등 다양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예시장으로 초보경마팬을 이끈다. 하지만 예시장에서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말의 걸음걸이라던가 근육의 발달 등이 더 중요한 변수이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의 모색(毛色)과 윤기로 쉽게 함정에 빠져든다. 초보경마팬이 주목해야 할 사항은 관람대 배당판이다. 단승식 배당판을 통해 경주마 인기순위에 따른 능력도 상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경주마 인기는 단승식 배당률이 낮을수록 좋고 높을수록 나쁘다. 인기순위는 어떤 데이터보다 신뢰성이 높아 최근 1년간 통계를 보면 인기순위 1위 말이 1착으로 들어올 확률은 37%를 상회한다.

인기순위 1위가 연승식 3위 이내 들어올 확률은 무려 69%정도다. 그렇다면 이젠 단승식과 연승식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 1년 단승식 평균 배당률을 보면 인기순위 1~3위까지가 2.3배, 4.3배, 6.8배로 높지만 그에 반비례해 우승확률은 37%, 22%, 14%로 큰 폭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연승식은 1.3배, 1.6배, 1.9배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적중확률도 69%, 58%, 45%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통계를 보면 양 승식 사이엔 뚜렷한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어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나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연승식을,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단승식을 즐기면 된다.

배당판은 초보경마팬에겐 미래를 알 수 있는 마법의 수정구슬과도 같다. 초보경마팬이 배당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