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에서 활약 중인 형제 경주마의 명암이 엇갈려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무적함대였던 ‘밸리브리’와 ‘플레잉폴리틱스’.
이들 마필은 부마는 틀리나 모마가 같은 이부(異父) 형제마다.
‘밸리브리’는 웬만한 경마팬이라며 다 알 정도로 2006년 이후 줄곧 명실상부한 최고 자리를 지켰으나 동생인 ‘플레잉폴리틱스’는 형님 그늘에 가려 그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6월 셋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승리를 노렸지만 한쪽은 웃었고 한쪽은 울었다.
‘플레잉폴리틱스’는 우승한 반면 형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직전 경주에 이어 두 번째 모두 패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으나 더욱 뼈저린 것은 상반기 그랑프리라 불리는 서울마주협회장배(GIII) 대상경주였다는 사실이다.
형님은 지는 해이고 아우는 뜨는 반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엇갈린 행보에 소속조 홍대유 조교사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등 착잡한 심정이다.
두 마필의 모마는 미국산 ‘폴리티컬블러프’로 ‘밸리브리’의 활약에 남동생과 여동생 ‘지니스딜라이트’가 들어왔다.
‘플레잉폴리틱스’는 데뷔전을 포함, 두 차례 경주를 치른 만큼 경험이 일천하다.
하지만 신예로 볼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21일 경주에선 2위마를 대차로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해 경마팬과 마필관계자를 놀라게 했고 1300m 통과기록이 1분 19.1초로 종전기록을 무려 1초 가까이 앞당겼다.
이는 1300m 평균기록이 1분 24.7초로 전체마필 평균보다도 5초 이상 빠른 성적이다.
구간기록도 발주기를 출발해 초반 200m 주파기록을 알려주는 S1F 기록이 13.4초로 나와 선행과 추입 모두 작전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떠올랐다.
3세로 혈기왕성하다는 점과 지기 싫어하는 근성도 앞으로 대성을 예고하는 포인트다.
전문가들 사이에 “과연 ‘밸리브리’의 동생답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는 셈이다.
경마공원의 터줏대감이 하나둘씩 노쇠한 기운을 보여주는 사이 발 빠르게 치고 나오는 신예마들의 등장은 ‘영원한 강자는 없다’라는 스포츠의 세계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