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모녀 납치·살해사건의 공범 4명 중 하모(27) 씨와 안모(26) 씨가 2년 전 시흥에서 부녀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가운데 강화도 모녀가 경찰의 부실수사 때문에 희생됐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2년 전 시흥 부녀자 실종사건 당시 경찰이 하 씨와 안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풀어줬기 때문이다.
경찰은 앞서 안양 초등생 이혜진·우예슬 양을 납치·살해한 정성현(39) 씨도 2004년과 2007년 두차례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도 증거부족으로 풀어줬던 전력이 있어 경찰의 초동수사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윤복희(47) 씨와 김선영(16) 양 모녀를 납치·살해한 하 씨와 안 씨가 2006년 4월 시흥에서 하 씨의 이복 여동생도 살해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6년 4월30일 오후 10시쯤 시흥경찰서 정왕지구대에 “시흥에 사는 딸(19)이 실종됐다”는 아버지 하모 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초기 단순가출로 여겼던 경찰은 사건접수 9일 뒤인 5월9일 오후 9시10분쯤 범인이 실종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강화에 사는 실종자 아버지에게 협박전화를 걸어 ‘딸을 데리고 있으니 5천만원을 갖고 5월10일 밤 10시 시흥의 모 마트에서 만나자’고 요구하자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강화서와 공조수사에 나선 시흥서는 범인이 몸값을 요구한 약속장소에서 잠복수사를 폈으나 검거에 실패했고 이후 실종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실종 직전 3개월간 통화내역, 주변인 탐문수사 등을 통해 실종자 오빠인 하 씨와 친구 안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종자의 행적과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혐의를 입증할 물증도 찾지 못했다며 ‘증거불충분’으로 하 씨와 안 씨를 풀어줬다.
부실수사 여론에 대해 경찰은 “당시 아들 하 씨에 대해선 통화내역과 행적을 수사하고 진술조서를 받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했고 하 씨의 아버지가 ‘왜 우리 아들을 의심하느냐’고 항의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2년 전 하 씨의 이복 여동생 살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용의선상에 올랐던 하 씨와 안 씨에 대해 보다 세밀한 조사를 펼쳤다면 또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