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정신질환 전문의원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잇따라 병원을 탈출하려다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의원 측이 환자들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수원남부경찰서와 수원 H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시50분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H의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던 신모(42) 씨가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신 씨는 의원 건물 옥상에서 배기관을 타고 내려가다 추락사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가 있은 지 닷새만인 이날 오전 2시15분쯤에도 이 의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던 최모(58) 씨가 5층 병실에서 떨어져 숨졌다.
숨진 최 씨는 앞 병실에 입원해 있던 오모(58) 씨와 함께 침대보와 환자복 등을 이어 병실 창문을 통해 의원을 탈출하려다 추락사 한 것으로 확인됐다.
H의원은 지난 2월26일 개원해 3월부터 우울증과 스트레스, 수면장애, 치매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 온 정신질환 전문의원이다.
하지만 H의원은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면서도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에는 20개의 병실에 80여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 중이지만 야간에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은 간호사 1명 뿐이며 일반직 남자직원 3명이 당직을 서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야간 당직자의 경우 1시간에 1회씩 순찰을 돌도록 규정돼 있지만 본지 기자가 의원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야간 당직자들이 근무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또한 병실마다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일부 병실의 CCTV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숨진 최 씨와 오 씨가 사전에 수차례 화장실을 드나들며 탈출을 모의했음에도 병원 측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최 씨가 병실 창문에 설치된 창살을 뜯고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 측이 환자들의 활동을 주시하지 않은데다 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H의원 관계자는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안전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며 “지난달 숨진 신 씨의 유가족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했고 최 씨의 유가족에게도 보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H의원의 원장 임모 씨는 사고 이후 의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의원 측은 현재 외래환자를 일체 받지 않은 채 입원 환자만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