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원한 공기에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가을 문턱임이 틀림없다. 풀 꺾인 더위에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 8월 하순. 계절은 여름이지만 가을을 재촉하며 갑자기 달라진 기온과 날씨에 우리 몸은 미처 적응하지 못해 질병을 부를 수도 있다.
환절기 질환이 그것이다. 환절기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손꼽히고 있는 알레르기 비염에 대해 살펴봄은 지혜로운 일로 의미있어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 건강상식을 통해 가을철 코 훌쩍거림을 물리쳐 보자.
알레르기(Allergy)란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물질이 어떤 사람에게만 콧물, 기침, 두드러기, 가려움 등의 이상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어 낱말 ‘allos’가 어원인 알레르기는 변형된다는 의미를 띤다. 알레르기라는 용어는 1906년 프랑스 학자 폰 피케르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항원 또는 알레르겐이라고 한다. 항원은 꽃가루, 동물의 털, 곤충 등을 말한다.
항원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항체가 만들어지고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의 증상이 표출되는 것이다. 비염(鼻炎·rhinitis)은 흔히 코감기라는 것으로 콧속 접막에 염증이 생기는 모든 것을 말하며 알레르기 비염(Allergic rhinitis) 은 콧속 점막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비염으로 재채기, 기침, 콧물 분비 등 증상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될 정도로 고통을 준다.
◇알레르기 비염 원인
알레르기 비염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 바퀴벌레 등과 같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로 인해 재채기나 콧물 등의 반응을 보이는 질환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 중에서 단백 성분이 포함된 것은 어느 것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라도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 여부에 차이가 있고 알레르기 증상의 정도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감기와 달라
알레르기 비염의 3대 증상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이며 가려움증, 두통, 무취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마치 감기와 비슷해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를 간혹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발병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게 되는 감기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은 장기간 지속되며 오후나 저녁 보다는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등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감기는 콧물이나 재채기뿐만 아니라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등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주로 코와 관련된 질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이나 두드러기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장액성 중이염, 부비동염, 후각 상실 등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어 코 훌쩍거림이 오래 지속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 진단·치료
알레르기 비염은 환자의 병력과 발병 시기, 발병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대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피부 단자시험을 이용한 항원의 측정, 비점막 유발 검사, 혈중 특이 면역 글로불린 측정, 비강 통기성 시험 등을 통해 알레르기 원인과 증상의 심각 정도를 진단하게 된다.
알레르기의 치료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예방적인 치료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파악한 후 그 물질을 최대한 피하는 예방적 회피요법과 원인 물질 이외에 담배 연기나 먼지, 방향제 등 코에 심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없애는 환경요법을 실시하게 된다. 반면 어느 정도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항콜린제, 혈관수축제 등을 사용해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알레르기 원인 문질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면역요법,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수술적 요법을 실시하기도 한다.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오면 우선 방안 등 평소 생활 공간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부터 털어낼 필요가 있다. 공기로 떠다니는 진드기가 많기 때문이다. 먼지를 턴 후에는 2시간 단위로 방안의 공기를 환기시켜 주면 효과적이다. 또 일주일에 한번 정도 화창한 날씨에 이불, 베개, 침대 덮개 등 우리 신체와 접촉이 많은 물건들을 방 밖으로 꺼내 일광욕을 시켜주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주는게 좋다.
◇이런 경우 알레르기 비염 아니다
코는 냄새를 맡고 공기 속의 먼지나 세균 등 불순물을 거르며 공기의 온도나 습도를 조절해 기도나 폐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코는 기능과 역할을 해내기 위해 콧속의 점막에서 하루에 약 1천cc의 콧물을 만들어 계속 목 뒤로 흘려보내거나 증발시킨다. 따라서 적당한 양의 콧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맑은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간다고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콧물은 전혀 해가 되지 않으므로 삼켜도 좋다.
◇교육 프로그램 등 권장
환절기를 즈음해 각급 병원과 각 지자체 보건소 등에서 생활 의료·보건활동의 일환으로 알레르기 비염 등 각종 환절기 질환 강좌를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신뢰성이 높은 기관에서 실시하는 건강 강좌인 만큼 믿음을 주는 한편 대상이 일반 시민으로 알기쉽게 풀이해 진행하는 영상 교보재를 활용한 이론 강의 등으로 높은 교육 성과도가 낼 수 있어 건강 강좌에 참여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보듬을 필요가 있다.
때문에 평소 일상 생활 속에서 정확한 사전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겠다는 의지와 적극적인 교육 참여 자세를 견지하면 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치료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때론 식이요법 요긴
알레르기 비염에 감자가 효과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감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줘 알레르기 체질에 좋으며 감자와 양파를 섞어 탕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는 소견이 있다. 또 수박 줄기도 효음이 있다고 한다. 신선한 수박 줄기를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 가루내어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콧물 비염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몸을 차게 하는 식습관은 바꿀 필요가 있다. 식사 후 찬물을 피할 필요가 있고 주스, 채소, 샐러드, 새우, 게, 산나물 등은 코점막에 충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코점막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은 가급적 조심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 심상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