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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을 즐기자

일상생활 사색적 변화
단풍 아름다움 찬양 가을 운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섰음을 느끼게 하는 9월…. 파란 하늘, 따사로운 햇살 아래 능선에는 벌써 가을바람이 분다.

폭염이 내리 쬐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이만큼이나 다가왔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절정의 녹음을 뽐내는 푸른 산과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은 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가는 곳마다 고향집 같이 아늑하다.

9월 하순이면 고산의 능선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단풍의 절정기에는, 7부 이상의 능선에는 이미 낙엽까지 떨어지는데 고산의 능선 단풍은 9월 하순이 제격이다.

이렇게 뚜렷이 변화하는 계절 하나하나를 음미해 볼 여유조차 없이 그냥 떠나보내는 것도 어찌 보면 세월의 낭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절을 제대로 보내고 맞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하늘도 쳐다보고 나뭇잎색의 변화도 느낄 줄 아는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나는 여름만 되면 약간 흥분이 된다. 그것도 한 여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8월의 폭염을 좋아한다. 8월의 무더위와 바캉스와 산과 바다를 연상하면 괜히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는 기분을 주체하기 어렵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정처 없이 방황하고픈 마음까지 생긴다.

예전에는 바쁜 스케줄이나 볼 일을 제쳐둔 채 훌쩍 떠나서 방황도 하고, 8월의 이글거리는 폭염을 마음껏 즐기기도 하였는데 요즘에 와서는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도통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여름을 그렇게 즐기다가 가을이 슬며시 찾아오니 내 기분은 다시 차분히 가라앉고 냉정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실의 계절에 대한 풍요로움을 느끼면서 새삼 지나가버린 계절 앞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아쉬워하면서 사색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사색에 잠긴다는 것이 금을 그어놓고, 지금부터는 사색하는 시간이라고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묻혀서 지내는 생활 자체가 곧 사색적이 되는 것이다. 이때의 생활 전체가 사념적이고 사색적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가을은 또 한번 나의 전부를 구석구석 헤집고 찌른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나를 속박하지만 그래도 싫지 않은 이유는, 나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가을이 주는 깊은 의미를 좋아하고 반기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속박과 사념, 무거운 감정을 해마다 반기면서 기다릴 수야 없지 않겠는가.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표현이 항상 내 마음 속에 또 다른 풍요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데 드높은 창공에는 희망과 미래가 동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내포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가을은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 한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어느 선비의 청아한 모습이 그려지는 계절이다.

살갗에 닿는 싸한 한줄기의 바람이 마음을 허하게 만든다면, 이런 때는 무슨 책이든 독서를 하면서 이 한 계절을 음미하는 것이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변화를 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사람의 부족한 것을 책으로 보충하는 것이 시대를 따라가는 가장 우선된 첩경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올 가을엔 독서에 빠져보려고 한다.

책을 끼고 낙엽이 진 길을 산책하는 것은 또 얼마나 여유로운 행위인가. 이처럼 가을의 운치는 뭐니뭐니해도 단풍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면서 나뭇가지에서 하나 둘, 때로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낙엽은 나무 아래 조용히 쌓이기도 하고, 바람 부는 데 따라 이리 저리 어디론가 구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낙엽을 밟으면서 연인들은 웃지만, 때로는 실연의 슬픔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시몬, 나뭇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를 읊으면서 걷고 싶다. 나뭇잎 소복이 떨어진 숲을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리 없이 가을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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